軍복무기간 전부 취업기간에 산입…국가배상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입력 2023-10-24 17:32수정 2023-10-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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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순직 군경 유족의 위자료 청구 근거도 마련

남성 역차별 논란 반영…병역의무자 불이익 개선
국가배상금 산정 때 군복무기간 산입…男‧女 보정

‘이중배상금지 원칙’ 규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정신적 고통 위자료 청구’ 근거규정 제3항 신설

사고 당시 9세인 여성과 남성이 사망한 경우를 상정해 법무부가 일실수익(장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을 사고로 인해 얻지 못하는 손해)을 계산한 결과, 9세인 남녀 모두 월 수입액은 올해 상반기 일용 노임 기준으로 345만5496원‧생계비 공제액은 115만1832원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취업가능기간에서 18개월 차이가 나며 여성이 배상금을 더 많이 받았다. 9세 여성은 552개월로 9살 남성의 534개월 보다 길었다. 취업가능기간은 사고 시부터 가동종료일까지의 기간 672개월에서 이 중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간을 공제해 계산하는데 여성은 19세까지 120개월을, 남성은 군복무 예정 기간 18개월이 포함된 138개월을 각각 공제한다.

때문에 여성의 일실수익은 5억1368만7124원, 남성이 4억8674만8538원으로 남녀 차액이 2693만8586원에 달했다.

법무부는 병역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예상 군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전부 산입하도록 하는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전사‧순직 군경 유가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국가배상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자료 제공 = 법무부)

이번 개정을 통해 그간 계속돼 온 ‘병역의무 대상 남성’과 여성 간 배상액 산정에 있어서의 차별을 폐지하는 한편, 국가에 봉사하던 군경이 전사‧순직했음에도 그 유족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던 불합리한 점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현재는 국가배상액 산정 시 병역의무 대상 남성의 경우 군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하나,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군복무기간을 전부 취업가능기간에 산입하도록 함으로써 병역의무 대상 남성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원 재판 및 국가배상심의회에서 국가배상액을 산정할 때 병역의무 대상인 남성은 그 복무기간을 일실이익 계산을 위한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해 왔다. 예컨대 동일한 사건으로 사망 또는 상해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 남학생들의 군복무 예정기간이 취업가능기간에서 제외돼 피해 여학생들에 비해 배상금이 적게 책정된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이 같은 배상액 산정 방식은 병역 의무자에게 군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야기하고, 병역의무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자료 제공 = 법무부)

“병역의무 다 했더니 오히려 불이익…불합리 적극 개선”

아울러 국가배상법 개정안에서는 지금까지 국가배상법에 따라 전사‧순직 군경 본인 및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가 일체 금지돼 왔으나, 이번 법률 개정으로 ‘유족 고유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중배상금지 원칙을 규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1항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라는 위자료 청구의 근거 규정을 제3항으로 신설했다.

현행 헌법과 국가배상법‧판례는 ‘이중배상 금지의 원칙’에 따라 군경 등의 전사‧순직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본인 및 그 유족의 국가배상청구를 일체 불허하고 있는데 개정법 시행 이후 군인, 경찰공무원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해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우부터 적용한다.

개정법 시행 당시 본부심의회, 특별심의회 또는 지구심의회에 계속 중인 사건과 법원에 계속 중인 소송사건에 대해서는 개정법이 적용되도록 했다.

▲ 한동훈(왼쪽 세번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법무부는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해 병역의무를 다했음에도 그 유족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이번 개정 법률안을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해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개정 시행령안은 조만간 공포될 경우 국가배상이나 소송 등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한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해 병역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은 존경과 보답을 받아 마땅하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불합리한 제도들이 있다”며 “이번 두 가지 법안은 이런 불합리한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라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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