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초대형 프로젝트·네옴시티 사업 등 모두 참여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시장 개척을 주도한 현대건설이 다시 한번 K건설 '제2 중동 붐'의 중심에 섰다. 현대건설은 주요 발주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로 역할과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2단계 확장공사 등 현대건설이 올해 사우디에서 참여한 신규 프로젝트 규모는 10조 원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핵심인 사우디에서 K건설의 위상을 재확인하며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서 수행한 건설공사는 총 1600억 달러 이상으로 역대 해외수주 총 9540억 달러의 17%를 차지한다.
현대건설은 K건설의 대표기업으로서 사우디에서 170여 건, 약 28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국내 건설사 수주의 약 18%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건설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은 1975년 해군기지 해상공사로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이듬해인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주베일 산업항 건설공사의 계약총액은 9억6000만 달러로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사우디 정부는 물론 중동지역에서 기술력과 역량을 인정받았다. 주베일 산업항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이자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인 아람코가 주베일 지역에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건설은 이후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내무성 청사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사우디 전력청의 신뢰를 받아 사우디 사막에서 70개가량의 송·변전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현대건설이 사우디 내에 건설한 송전선로 길이는 지구의 반을 두를 수 있는 2만km에 달한다.
현대건설이 아람코와 다진 오랜 신뢰는 사우디의 정유·석유화학·가스 분야 산업 발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는 기반이 됐다.
현대건설은 1979년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비롯해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2009년 준공), 카란 가스처리시설(2012년 준공),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2019년 준공) 등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마잔 오일처리시설 및 가스처리공장 부대시설공사(2024년 준공 예정), 자푸라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 공사(2025년 준공 예정), 샤힌 프로젝트(2026년 준공 예정) 등을 진행하며 협력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7월 아람코의 중장기 성장프로젝트 나맷을 통해 아람코의 EPC부문 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정상외교와 국토부를 중심으로 한 '원팀코리아'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6월 수주한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진출 이래 사상 최대인 50억 달러 규모다. 현대건설은 패키지 1&4를 설계·구매·건설 등의 공사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한-사우디 국가 차원의 협력 성과로 꼽히는 아람코 초대형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탈석유, 첨단기술, 친환경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진행 중인 'Vision 2030' 핵심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현대건설은 작년부터 네옴시티 중 직선 도시 '더 라인' 지역의 지하 터널 공사를 수주해 삼성물산, 그리스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구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사우디 경제외교를 통해 첨단 신사업 참여 기회와 네옴시티 추가 수주 등이 기대된다"며 "사우디 주요 발주처와의 신뢰에 기반을 둔 전략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K건설의 중동 붐을 '포스트 오일' 시대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