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앞에서 퇴계로까지 늘어선 노후 상가들이 축구장(7140㎡) 약 20개 규모의 공원으로 바뀐다. 공원 주변으로는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뮤지컬 전용 극장도 생긴다. 다만 해당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25일부터 이런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의 주민 공람에 들어갔다. 계획안은 종묘에서 퇴계로 일대 약 43㎡ 부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주거용 건물, 다양한 문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침이 담겼다.
서울시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대림상가, 상품상가, PJ 호텔, 인현(신성아파트)상가, 진양상가를 모두 허물고 단계적으로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13만9000㎡의 공원이 조성되고 북악산에서 창덕궁, 창경궁,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이 생긴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군 전체를 존치정비구역(공원구역)으로 지정한 후 주변 개발과 연계해 기부채납 받거나 통합재개발 등을 통해 공원으로 탈바꿈시킬 생각이다.
우선, 1단계로 삼상가와 PJ 호텔을 공원으로 지정해 수용하기로 했다. 두 상가가 지하철 역세권으로 세운상가 일대에서도 핵심구역이라 사업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각각 오피스와 호텔로 사용 중이라 세입자·소유주가 많지 않아 수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두 상가 지하에는 12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 극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인현상가는 주변 재개발 구역(6-4-1구역)과 합쳐 공공주도로 통합개발한다. 주변 정비구역에 포함해 개발하는 동시에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공공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주민 30%가 동의하면 신청할 수 있어 인허가 기간 등이 단축된다. 통합 개발 방식에는 상가 주인들이 재개발 사업에 지분을 갖고 참여해 아파트를 받을 수도 있다.
나머지 상가들은 공청회, 설명회 등을 통해 인현상가처럼 옆에 있는 구역과 엮어서 통합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사업시행자가 상가 매입 기부채납 시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공원조성과 함께 연면적 100㎡ 이상의 업무 인프라와 1만 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도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인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먼저 재개발을 할 때 영세사업자에 대한 법적인 보상 외에 임시상가 설치, 우선 분양권·임차권 제공 등의 대책을 마련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기존 상인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공공임대상가도 공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람 기간에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상가군과 상가 주변 정비구역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 조정을 위해 정비사업 컨설팅과 함께 도시, 건축, 조경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자문단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