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당시 '절반의 성과' 評
KDB생명·HMM 매각 무산 위기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도 지연
산은 부산이전도 노조 탓하기만
“내부가 어수선한데 외부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강석훈<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의 소통과 리더십 부재라고 봐야죠.”
최근 강 회장을 바라보는 시장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을 22년 만에 민영화하고 쌍용차 매각을 마무리하면서 강 회장의 취임 1년 기자간담회 당시만 해도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 있었지만, 최근 잇따른 기업 구조조정 실패를 두고 따가운 시선만 오가고 있다.
앞서 강 회장은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당시 소회를 밝히며 가장 뜻깊은 성과로 기업 구조조정을 꼽았다. 그는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HMM의 지분매각, KDB생명 매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지만, 이 모든 기업 구조조정이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당장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DB생명보험 매각이 하나금융의 인수 포기로 좌초됐다. 벌써 다섯 번째 매각 무산인데다 불안한 재무건전성과 높아진 몸값 탓에 섣불리 인수에 나설 기업도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순탄치 못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기업결합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U 경쟁당국은 “양사 합병으로 유럽 화물·여객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에 대한 분리 매각 방안을 담은 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화물 사업 매각이 항공사 해체나 다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30일 열리는 아시아나 이사회의 결단에 따라 양사의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MM 매각도 강 회장이 자신한 것과 다르게 우려를 낳고 있다. 애초 HMM 인수를 위해 뛰어든 대기업이 전혀 없다보니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적격 인수 후보(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에 대한 자금 동원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심지어 ‘새우가 고래를 품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감에서도 이런 지적에 강 회장은 “적격인수자가 없다면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 날 산은은 “강 회장의 이런 언급은 원론적인 답변이었다”며 “인수후보자들이 진정성 있게 본 거래에 임하고 있는 만큼 일부 언론의 유찰 가능성, 타 기업 인수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자료까지 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놓고도 강 회장의 리더십은 그야말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강 회장은 “노조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부산 이전 철회를 전제하지 않으면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취임 후 줄곧 이어진 노사 간 갈등을 노조 책임으로 몰아갔다. 이에 산은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산은의 설립 목적은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며 “강 회장은 정부의 허수아비가 아닌 국책은행의 수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국민경제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HMM·아시아나항공·KDB생명 등 매각을 위한 뚜렷한 전략이나 구체적 기준 없이 속도전만을 강조하다보니 기업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하고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M&A건들이 잇따라 좌초되면 결국 강 회장에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