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이야기가 멈췄습니다"…1년 전 그날의 진실 [이태원참사 벌써 1년]

입력 2023-10-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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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들의 눈에 비친 10·29 이태원 참사

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해주세요.

▲25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책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혜인 씨. 김 씨는 10ㆍ29 참사 희생자인 고 김의현 씨의 누나로 이번 책에 구술자로 참여했다. (창비)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책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혜인 씨가 10·29 참사에서 남동생을 잃은 슬픔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책에 구술자로 참여한 김혜인 씨는 "남동생이 평범하지만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기억되지 않는 참사는 반복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려면 글로 남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매년 하던 축제 인파 관리를 왜 작년에는 하지 않았는지, 왜 초기 신고 전화를 무시했는지 등 (참사 전후의) 처리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책임자들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걸 기억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와 정부는 2022년 10월 29일에 없었다"며 울먹거렸다.

창비에서 발간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는 희생자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생존자와 유가족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기록집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하 작가기록단)이 수개월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책으로 참사 1주기에 맞춰 발간됐다. 이날 간담회가 시작하기 직전,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의 시간이 있었다.

▲10ㆍ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을 모집ㆍ기획하고 집필에 참여한 유해정 씨 (창비)

작가기록단을 모집·기획하고 집필에 참여한 유해정 씨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에 관한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세월호 이후 보다 안전한 세상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를 통해서 모두 깨졌다"고 지적했다.

유 씨는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이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특히 이번 참사에 2030 청년세대들이 많이 희생됐는데,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형제·자매를 잃은 청년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며 출간 이유를 밝혔다.

유 씨의 말처럼 희생자 형제들의 고통과 슬픔은 가볍게 처리되곤 했다. 장례식장에서 친척들은 "이제 네가 잘해야 한다"며 위로는커녕 부담만 지웠다. 이들의 목소리는 부모님들의 목소리에 가려져 사회적으로 잘 다뤄지지도 않았다.

유 씨는 "형제·자매들은 이제 졸업도 해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는 등 인생에 있어 수많은 격변기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지지와 위로가 없다면 (형제들은) 또 다른 고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참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는가를 다 같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정민 씨 (창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형제·자매들은 부모님의 슬픔에 더 보태주기 싫어서 슬픔을 참고, 감내하고 있었다. 그걸 뒤늦게 알고 오히려 아이들의 고통이 더 크다는 걸 알았다"며 "이 책은 참사를 겪은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표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을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프레임은 희생자들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이 프레임 안에 정부의 책임은 없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왜곡하고, 없애려고 한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참사에 대한 재발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사의 원인과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책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표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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