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회장도 “나쁜 정책의 시대 떠올라” 지적
정부 방만한 재정 운영·중앙은행 오판 등 당시와 비슷
2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CEO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포럼에 참석해 이구동성으로 현재 미국의 상황이 1970년대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 중앙은행의 오판, 그리고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그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1970년대는 베트남 전쟁과 1·2차 오일쇼크(석유 파동)를 겪으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시기다. 천문학적인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찍어냈고, 그 결과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 여기에 두 차례의 오일쇼크까지 덮치면서 물가는 13%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잘못된 전망에 통화정책을 섣불리 완화했다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장기간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시달려야만 했다.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다이먼 회장은 연준의 경기 예측 및 정책 대응 능력에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연준이 1년 6개월 전에 내놓은 경제 전망은 100% 틀렸다”며 “앞으로의 경제 예측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초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급등이 일시적이라고 과소평가했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과 정부가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세 둔화가 초래할 경제의 부정적 여파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재정 지출은 평시 기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앙은행과 정부는 모든 문제를 전지전능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다이먼 CEO는 또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10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1970년대에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핑크 CEO도 이날 비슷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나쁜 정책의 시대였던 1970년대를 연상시킨다”며 “오늘날도 나쁜 정책이 돌아오고 커다란 거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공급망의 정치화, 포퓰리즘 정책, 합법적 이민에 대한 제한 등을 꼽았다.
또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2000년 초 약 8조 달러에서 현재 33조 달러로 크게 불어난 것에 주목하면서 “이 또한 연준의 양적 완화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과로 금리는 더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칩스법(반도체특별법)과 인플레이션감소법(IRA)을 통한 재정 지출이 경제를 뒷받침하면서 연착륙도, 경착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