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사태가 미국 연방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흥한 대미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손잡고 현지에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세운 한국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의 김광수 대표는 “한국의 주요 배터리 회사들은 UAW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을 상대로 한 달 이상 파업을 벌이는 동안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들은 노조가 상당한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며 “미국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일부 부품사 등은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함께 총 280억 달러(약 37조8140억 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의 제조업 강화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인센티브로 내건 IRA법을 시행하면서 대미 투자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UAW가 지난달 중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동시 파업에 돌입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들은 향후 4년에 걸쳐 최소 40% 임금 인상, 전기차 생산직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노동자 또한 단체 협약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AW는 강경한 태도로 6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은 GM 텍사스 공장을 대상으로 파업 규모를 확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배터리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공장의 운영 비용은 다른 지역보다 이미 2배가량 높은 데다가, 최근 전기차 시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해 재고가 증가하는 등 요즘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과 교수는 “테슬라가 가격 전쟁을 촉발하고 GM과 포드가 일부 전기차 투자를 연기하면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에 그렇게 많은 공장을 지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IRA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다”며 “미국에서의 공격적인 투자 속도를 늦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