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배후' 유상원·황은희 부부, 각각 징역 8년·6년
범행에 가담했으나 자백한 공범 연지호(30)에게는 징역 25년,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부부 유상원(51)·황은희(49)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6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25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이경우·황대한·연지호가 피해자를 강도·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가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유족이 피해자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심대한 고통을 겪고 있어 엄벌을 호소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올해 3월 29일 밤 11시 46분경 강남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 씨(사망 당시48세)를 납치해 살해하고 이튿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A씨의 권유로 암호화폐에 투자한 뒤 금전적 손해를 입은 유상원·황은희 부부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주도했다고 봤다.
특히 2022년 9월 유상원·황은희 부부로부터 착수금 7000만 원을 받는 등 납치살해를 장기적으로 준비한 정황을 주시했다.
재판부는 황대한과 유상원이 범행 당일 피해자에게서 알아낸 비밀번호로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에 접속해 암호화폐를 빼앗으려 하다 실패한 점을 들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유상원은 피해자 납치 후 피해자가 보유한 코인을 탐색하는 데 직접 참여했음에도 마치 이경우로부터 기망당해 억울하게 말려든 것처럼 행세해 개전의 정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다만 검찰이 이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이모 씨와 범행에 사용된 약물을 구해 남편 이경우에게 전달한 허모 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