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이태원에서 50년째 잡화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78)는 지난해 팔지 못한 핼러윈 장식품들을 진열하며 참사 당시를 떠올렸다. 강씨는 점포 앞의 희생자들 모습이 자꾸 생각나 사고 관련 소식을 최대한 멀리했다고 한다.
아픔 속에서도 강씨는 "이태원이 당장 활기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한다"며 상권 회복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4년째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정모씨(64) 역시 "참사 이전에 점포를 계약하고, 참사 직후 가게 문을 열었는데 타격을 제대로 맞아서 1년 동안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아직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빚이 1억 넘게 생겼다는 정씨는 "거리에 사람이 없다. 주변 상인들도 도시락을 챙겨 다닌다.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만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5일 이태원 거리는 참사 직후와는 달리 다소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처럼 핼러윈을 상징하는 장식들과 행사 등 떠들썩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거리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19년 동안 이태원역 인근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이창식(47) 씨는 "관광객들이 식당이나 주류점으로 몰려 잡화점 같은 곳은 아직 어려운 형편"이면서도 "매출이 1년 전보다 50% 정도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인들은 이태원이 예전처럼 활기 넘치는 거리가 되려면 SNS 홍보와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자주 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태원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63)는 "이태원에 큰 행사도 자주 하면 좋지만 소소한 행사들이 자주 열려 관광객들이 자주 찾았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벼룩시장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자주 왔었다"며 "유동인구가 유흥주점이나 식당에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행사들과 문화공간 활성화로 어린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 관광객들도 늘어나 이태원이 다양한 사람들로 활발한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사회 전반에 조용한 핼러윈을 보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태원에서 당장 '참사'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태원 상인들의 바람처럼 하루빨리 이태원에도 활기 넘치는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