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2인자’ 리커창 전 中 총리 별세…“사인은 심장마비”

입력 2023-10-27 11:32수정 2023-10-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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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취임 후 10년간 총리 재임
주석 자리 놓고 시진핑과도 경쟁
경제정책에 소신 발언...민중 호응
‘유령총리’ 별칭도...지난 3월 퇴임

▲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 베이징/AFP연합뉴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별세했다고 중국 CCTV가 27일 보도했다. 향년 68세.

CCTV에 따르면 리 전 총리는 전날 갑자기 심장병이 발생해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새벽 0시 10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

1955년생인 리 전 총리는 혁명 원로 자제인 태자당 출신으로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과 달리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0년간 중단됐던 대입시험이 재개되자 독학으로 베이징대 법학과에 들어갔고, 당시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흔치 않았던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공산주의청년단에 가입한 뒤 같은 공청단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총애를 받으며 강력한 주석 후보로 부상했다가 최종적으로 총리에 오르는 데 그쳤다. 시 주석이 취임한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약 10년간 ‘중국 2인자’로서 국무원 총리직을 수행하며 중국 경제를 이끌었다.

리 전 총리는 시 주석 집권 전 주석직을 놓고 경쟁했었다. 이에 시 주석 임기 초기에는 시진핑·리커창 투톱 체제를 의미하는 ‘시리쭈허’(習李組合)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며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됐고 ‘유령총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경제통답게 ‘성장’을 중시한 그와 ‘분배’를 우선시하고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했던 시 주석과는 시각차가 컸다고 분석한다.

▲중국 시진핑(왼쪽) 국가주석과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 베이징/AFP연합뉴스
하지만 결정적 시기마다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신 발언을 했다. 2020년 5월 ‘빈곤’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구의 60%에 달하는 약 6억 명이 월수입 1000 위안(약 19만 원)으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빈곤 퇴치 성과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시가 두 달 넘게 봉쇄됐을 때도 과도한 방역의 폐해를 언급하며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 시 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인 리창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했다. 그가 떠나기 전 국무원과 재정부 등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영상은 중국 SNS에 올라왔으나 곧바로 삭제됐다. 퇴임 5개월 만인 지난달에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하며 첫 공개 행보에 나섰을 때 중국 국민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환영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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