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인상 시 소득재분배기능 유지 어려워…소득비례형 개편 불가피
정부가 국민연금 확정기여방식(DC) 전환을 위한 공론화에 착수한다. 국민연금은 확정급여방식(DB)으로 운영되고 있다. DC 전환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기능 폐지를 의미한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DC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자동안정화장치 또는 DC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정해진 소득대체율에 따라 급여가 확정되는 DB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40%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완전한 소득비례형이 아니다. 소득대체율 40%는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을 기준으로 한 소득재분배 급여(A급여) 20%와 본인 평균소득(B값)을 기준으로 한 소득비례 급여(B급여) 20%로 나뉜다.
지난해 A값은 286만 원이다. 보험료 상한액을 적용받는 최고 소득자(B값 590만 원)는 A·B값의 평균인 438만 원이 기준소득액이 된다. 본인 소득보다 연금액 산출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 최저 소득자(B값 100만 원)는 기준소득액이 193만 원으로 본인의 소득보다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총 납부 보험료 대비 총 급여 수입을 뜻하는 수익비는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최저소득 가입자의 수익비는 최고소득 가입자의 3배가량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저소득 가입자는 30년 가입 25년 수급 시 낸 보험료의 4.3배를 연금으로 돌려받지만, 최고소득 가입자는 1.6배를 돌려받는다.
그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을 인상하면, A값 초과 소득자의 수익비는 가파르게 떨어진다. 최고소득 가입자는 보험료율이 13%를 넘어서면 수익비가 1 미만으로 낮아지게 된다.
보험료율을 인상하면서 고소득 가입자의 손실을 막으려면 국민연금을 완전한 소득비례형으로 개편하는 게 불가피하다.
DC 전환은 그 대안 중 하나다. 일반적인 DC 연금의 급여액은 납부 보험료와 운용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DC 민간 금융상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스웨덴, 이탈리아, 노르웨이, 폴란드 등 DC 연금을 운영하는 많은 국가는 적립식 확정기여방식(FDC)이 아닌 명목 확정기여방식(NDC)을 운영 중이다. NDC는 보험료에 운용 수익률이 아닌 정부가 사전에 정한 이자를 더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국 국민연금을 NDC로 전환한다면, 이자율은 추계상 예상 수익률인 4.5~5.5%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민연금 급여 산전방식 전환 시 납부 보험료가 적은 저소득층의 급여액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크레딧 확대, 추후납부 지원, 저소득 근로자 보험료 지원 등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 납부액을 늘려 급여액을 보전하는 게 가능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