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자기모순" vs "당이 플랫폼 되는 것"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대 득표율로 참패하면서 거센 사퇴론에 휩싸인 정의당 이정미호(號)가 타개책으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거연합정당은 정의당이 총선용 플랫폼 정당이 돼 녹색당의 지역구·비례대표를 입당시킨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개념이다. 녹색당 출신 당선인은 자당으로 복귀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반대한 정의당의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은 녹색당과의 총선용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정미 대표는 26일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두 당은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해 총선에 대응하고자 한다"며 "정의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당 실험은 총선 이후 의회 내의 공동협력기구와 두 당간의 수준높은 연대연합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치사에 연합정당 실험은 첫 발을 내딛지만, 공동의 가치 실현을 위한 이 실험은 이후 협력의 정치를 강화하는 모델로 자리잡도록 할 것"이라며 "정의당과 녹색당의 단순합(合)을 넘어 기후정치를 바라는 모든 세력을 정치적으로 모아내는 첫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녹색당과의 연대를 국면 전환용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 이후 당내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권수정 후보가 당초 목표인 득표율 5%의 절반도 안 되는 1.83%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후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이정미 지도부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권을 신당 창당 노선을 명확히 할 비상대책위원회로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고,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창당을 준비하는 당 관계자는 "녹색당과의 보궐선거 연대도 실패했다. 선거에서 크게 지고 총선정당을 만들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합당해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표를 계속 하겠다고 당을 낭떠러지로 끌고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창당 각오로 혁신해야 하는데 대표는 그대로 있고 애먼 위성정당을 만든다는데 현실 감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의당은 보궐선거 국면에서 녹색당은 물론 진보당·노동당과의 연대를 추진했지만 여러 이견으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1.38%로 정의당과 비슷한 득표율을 얻었고, 권유리 녹색당 후보는 0.21%에 그치면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진보당을 제외한 양당 통합 득표율이 2%에 불과한 만큼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 자체가 유의미한 득표율 제고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논란이 된 거대양당의 위성정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앞서 이 대표는 9월 18일 페이스북에서 '위성정당 금지'를 언급했고, 자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7월 이른바 '위성정당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류호정 의원은 24일 의원총회에서 "(정의당과 녹색당이) 2024년 총선 이후 각자의 당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는 정의당의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정의당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한 정당이다. 완벽한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 제3지대 신당과 앞날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류 의원은 "양당 정치를 깨겠다는 제3지대 신당 그룹 모두와 대화하자"며 "뻔하고 익숙한 방식의 최소 연합으로는 우리와 진보의 살길도, 우리를 찾아오는 시민의 살길도 찾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선거연합정당과 위성정당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성정당은 (지역구 당선을 위해) 움직이는 다른 정당이 있는 상태에서 비례대표만 당선시키기 위한 정당이고, 연합정당은 정의당이 플랫폼 정당으로서 녹색당과 같은 진보적 가치를 갖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당선자가 기존 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