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피고의 자백은 수사기관에서의 고문 등 가혹 행위로 임의성(자발성)이 없기 때문에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공소사실에 적용된 법령은 구 국가보안법”이라면서 “위법수사 등으로 재심이 개시될 때에는 현재 시점에 개정된 법령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처벌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행위로 실질적 해악을 미칠 때로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에 “피고가 밀입국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산주의 책자 6개를 은닉하거나 이북 방송을 청취한 점을 간첩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경무 씨는 1967년 반공법 위반, 금품 수수, 간첩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같은해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오경무 씨는 이복형의 말에 속아 북한으로 끌려간 뒤 사상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중앙정보부에 자수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법정에 참석한 오경무 씨의 여동생 A씨는 무죄 선고를 들은 뒤 두 손을 모아 얼굴을 감싸며 흐느꼈다.
A씨 역시 과거 오경무 씨 등을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A씨에게 “당시 시대 상황에서 가족의 정에 이끌려 한 행위로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 피고인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이유로 오경무 씨보다 앞서 납북됐던 남동생 오경대 씨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년을 복역했는데, 2020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