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9일 당내 반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비공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다수 반대 의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밀어붙임으로써 당내 반대 세력의 분당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의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직후 비공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화상으로 참여한 지역위원장들까지 약 50여명이 참석했고, 이들 대다수는 회의 주 의제였던 선거연합정당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지역위원장은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지역위원장들께서 반대 의사를 표했다”며 “반대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었고, 크게는 선거연합정당으로는 비례·위성정당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정치적 실익이 없다는 것과 당의 재정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책임론 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선거기간 내내 검수완박 관련 해명을 하고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번에는 위성정당 아니라는 해명을 하고 다녀야 하는 거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또 다른 당이 이렇게 했을 때 우리가 비판할 수도 없지 않겠냐는 걱정도 나왔다”고 전했다.
정의당의 재정 상황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토로도 있었다. 지역위원장은 “같이 후보를 내면 크든 작든, 후보 지원금도 정의당에서 부담하게 될 텐데 당이 부채도 그렇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도부는 관련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은 정의당 입장에서 정치적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회의 참석자는 “선거가 끝나면 녹색당 사람들은 다시 녹색당으로 돌아갈 텐데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정의당이 오롯이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정의당과 당을 합치기는 싫지만 원내 진입은 원하는 녹색당의 선거전략을 받아서 얻는 게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의 내내 이 대표는 반대 의견에 적극적인 반박이나 설명을 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참여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 차원에서 “오늘 들은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만들어 당이 전국위원회와 당대회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고, 지도부는 당 의결기구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당 지도부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는 세력들의 분당 결단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이끄는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 관계자는 “지도부 안대로 가겠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며 “연석회의 전날까지도 세 번째 권력은 회의도 하고 그랬는데, 공감대는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 그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데 모아졌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어서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