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현지화 기여 약속, 산업 연계 패키지 등 고려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달성한 21조 원 규모의 성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고위급 회담 정례화 등 협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연합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은 각각 보고서를 통해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약 21조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이것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만큼, 확실한 계약 성사까지 진행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는 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에 의뢰한 ‘한국-사우디 경제협력 확대 방안’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 정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대형건설·인프라 부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친환경 에너지산업에서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족주의 문화가 여전한 사우디의 특성을 고려해 정상외교 및 고위급 관료 회담 정례화로 인맥 구축 및 유지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건설·인프라 프로젝트 수주지원을 위해 구성된 민관합동지원단인 ‘원팀 코리아’에 ICT 및 친환경 에너지와 같은 신산업 분야 관련 기업들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들은 2016년 발표된 ‘사우디 비전 2030’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비전 2030의 주요 목표는 비석유 부문 수출 GDP 기여도를 16%에서 50%로 높여,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이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규제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가 줄여들 것으로 예상되며 사우디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투자를 통해 사우디는 무역 및 관광 중심지로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60여 년 동안 사우디 건설시장에서 18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오랜 신뢰를 쌓아왔고, 2017년엔 사우디 정부가 선정한 ‘중점 협력국가’에 포함된 만큼 건설·인프라 분야 수주에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사우디의 ICT 산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 입장에서 사우디와 ICT 분야 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 보안, 사물인터넷·스마트시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 등이 사우디의 유망 ICT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일찍부터 전자정부시스템을 적용해 활용하고 있는 만큼 사우디 정부의 공공부문 디지털 전환 추진 시 선제적으로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하는 등 수소 부문 협력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신규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KIEP 역시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IEP는 최근 발표한 ‘사우디 경제 다각화 정책과 한국의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 친환경에너지, 물류는 물론 네옴시티를 포함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는 만큼, 한국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를 면밀히 파악해 경협 확대에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EP 관계자는 “한국이 일정 부분 금융 조달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지화 기여를 약속하면 협력 확대를 촉진시킬 수 있다”며 “대규모 사업 추진 시 관련 규제에 대한 적용 완화 제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인프라 건설이나 디지털 기술을 연계해 패키지 형태로 사우디 현지에 진출하는 방법도 고민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순방에서 156억 달러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양해각서와 계약이 체결되고, 43만에 양국 공동성명이 채택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원팀 코리아로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체계 강화를 통해 한-사우디 경제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