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는 ‘무죄’가 되나…‘전청조 사기 공모 의혹’ 남현희, 책임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30 16:0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가의 가방과 차량 사진. (출처=남현희 인스타그램)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의 ‘예비 신랑’으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의 이야기가 지난 한 주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주말 사이에도 전 씨에게 투자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등장했는데요. 남현희는 전 씨의 투자 사기 행각을 ‘전혀 몰랐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중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거액의 보상을 약속하며 투자를 권유하고, 허술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 뉴욕 출신인 척하며, 심지어 ‘남자 행세’를 한 전 씨의 허술한 사기에 펜싱계의 전설 남현희가 어떻게 당한 건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일각에서는 ‘전 씨의 사기 행각에 남현희도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28일 서울경찰청에 남현희와 전 씨 등 6명을 상대로 사기·사기미수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는요.일각에서는 남현희가 전 씨로부터 받은 선물들의 출처가 범죄 수익이라면, 국가가 이를 귀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출처=남현희 인스타그램)
SNS에 선물 ‘인증샷’ 즐비…의혹 이후 “원치 않았던 선물들” 해명

전 씨의 사기 의혹이 불거지기 전, 남현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간 받은 선물들을 인증해왔습니다. 다수가 고가의 제품이었으며, 선물을 인증하는 ‘스토리 모음집’도 따로 있었죠.

특히 8월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벤틀리 벤타이가 차량 열쇠와 내부 사진을 올리면서 “고마워 조조”(Thank you jojo)라고 적었는데요. ‘조조’는 전청조 이름 뒷글자를 딴 그의 애칭입니다. 이 차량 가격은 약 3억 원대죠.

디올 뜨주흐백 미들 사이즈와 디올 오블리크 사파리 메신저백 사진도 게재했는데요. 이는 각각 500만 원대, 300만 원대의 가방입니다. 무선 헤드셋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는 70만 원대로 알려졌습니다. 남현희는 이 같은 사진들을 올리면서 “고마워요”, “감사해요” 등의 문구를 덧붙였습니다.

2월에는 파라다이스시티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 사진을 올리면서 “쪼, 오늘도 펜싱”이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쪼’ 역시 전 씨의 애칭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풀빌라의 1박 가격은 무려 1200만 원대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는 전 씨가 ‘파라다이스 그룹 혼외자’라고 했던 자신의 거짓말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파라다이스 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에 남현희를 데려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현희는 이 같은 선물들을 “원치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29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원하지 않아도 온갖 선물들을 다 했고, 받기 싫다고 표현했는데도 계속 푸시하는 게 있었다”며 “그래서 결국 제가 받은 게 돼 버렸다”면서 전 씨의 일방적인 선물 공세가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제가 하루 이틀 명품 손도 안 댄 적도 있었다”며 “그러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왜 명품 안 뜯어 보냐 서운해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남현희가 ‘전청조 지우기’에 돌입하면서, 이 같은 사진들은 이제 확인할 수 없습니다. 27일 오전쯤 전 씨 관련 게시물이 다 삭제됐다가, 28일에는 계정 자체가 비활성화됐죠. 30일 현재 남현희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왼쪽)와 전청조 씨. (출처=남현희 인터내셔널 펜싱아카데미 인스타그램)

전청조, 범죄수익으로 명품 선물 구매했나

남현희는 전 씨의 투자 사기 행각을 전혀 몰랐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28일 채널A를 통해 “(전 씨가) 무슨 일에 어떤 투자를 했는지도 몰랐는데 그걸 나 때문에 했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그들(투자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 씨가 남현희한테 말하지 말라 그랬다’고 말한다”고 전 씨의 사기 행각이 자신과 무관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전 씨의 사기 정황이 하나둘씩 더해지고, 남현희가 그간 전 씨에게 받은 고가의 선물들을 SNS에 자랑해온 만큼 그 역시 도의적인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씨를 사기·사기 미수 혐의로 고발한 김 의원은 “전 씨가 사기를 치기 위해 한 일들은 혼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남현희가 받은 벤틀리와 명품 가방이 범죄 수익으로부터 나왔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전 씨가) 범죄 수익금으로 남현희에게 사준 모든 물품을 국가가 보전하고 나중에 범죄가 확정되면 모든 물품을 피해자들한테 돌려줘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전 씨는 과거 피해자로부터 약 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바 있습니다. 인천지법에 따르면 그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으로부터 약 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2020년 5월과 1월에 차례로 징역 2년과 8개월을 선고받았죠. 같은 해 말에 열린 항소심에선 이를 병합해 심리한 뒤 징역 2년 3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웃에게 접근해 10억 원을 편취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26일 JTBC는 전 씨가 이웃 주민 등 5~6명으로부터 10억 원이 넘는 돈을 건네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최고급 오피스텔 42층 라운지에서 경호원을 대동한 전 씨는 이웃주민 A 씨에게 “파라다이스 그룹 혼외자인 재벌 3세”라고 자신을 소개했죠. 전 씨는 시가총액 14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IT 그룹의 대주주이자, 아내가 남현희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A 씨에 따르면 전 씨는 A 씨와 그 지인들에게 투자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A 씨는 “(전 씨의 사기 행각에 따른) 피해자는 5~7명이며 (피해액은) 10억 원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CBS 김현정의 뉴스쇼’)
선물 어떻게 되나…전문가들 “몰수 힘들 것”

남현희가 받은 선물 다수의 출처는 전 씨가 사기 행위로 여러 사람에게 뜯어낸 돈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씨는 그가 주장한 것처럼 파라다이스 그룹 관계자도 아니었고, 재벌 3세도 아니었죠. 미국 뉴욕 출신이 아닌 인천 강화도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영어 실력 역시 출중하지 않았다는 전언입니다. 글로벌 IT 그룹 임원으로 재직했다는 것 역시 확인된 바 없는데요. 또 유튜버 구제역이 전 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한 피해자를 인용해 밝힌 데 따르면, 전 씨는 카드값 61만6000원을 갚지 못해 2019년 이후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합니다.

전 씨의 혐의가 입증된다면 남현희가 받은 선물도 환수될 수 있을까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범죄수익 등의 몰수)는 범죄수익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은 몰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몰수 대상 재산이 그 외의 재산과 혼화된 경우에는 혼화 재산 가운데 몰수 대상 재산의 금액 또는 수량에 상당하는 부분을 몰수할 수 있는데요. 몰수대상 재산이나 혼화 재산이 범인이 아닌 타인에게 귀속됐을 때는 예외가 됩니다.

그러나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취득한 경우엔 몰수할 수 있습니다. 즉 관건은 남현희와 전 씨의 관계를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는데요. 남현희가 전 씨의 공범이거나, 전 씨의 사기 행위를 인지하면서도 취득한 것이어야 몰수 대상이 된다는 거죠.

다만 몰수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품을 ‘국고’에 귀속하는 건데요. 남현희의 공모 혐의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사기 행위로 얻은 이익은 국가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는 겁니다.

김광삼 변호사는 30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남현희가 받은 선물을) 국가에서 몰수해버리면 국가에 귀속되기 때문에 피해 회복이 될 수 없다. 그런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에 아마 몰수하긴 힘들 것”이라며 “다만 피해자들이 남현희를 상대로 공범 관계랄지 아니면 미필적 고의 인식이라도 있었다고 한다면 자신의 피해 금액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전 씨의 혐의가 입증된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변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2020년 12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3개월을 선고한 재판부는 “전 씨가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3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편취해 죄책이 무겁다”며 “피고인은 대부분 피해자의 피해를 변제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성별까지 속인 어처구니없는 사기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하며 일각에서는 ‘희대의 사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남현희도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의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의혹 일부는 여전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전 씨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만큼, 수사 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