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달이 난데는 11월 국고채 발행계획에서 초장기물 중 하나인 국고채 30년물 경쟁입찰 물량을 전월보다 1조4000억 원이나 줄인 9000억 원으로 결정한데다, 국고채 매입(바이백) 대상종목에 국고채 30년 경과물인 21-2(2021년 두 번째 지표물)종목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10월 경쟁입찰 물량보다 3조4000억 원(물가채 제외)이 줄어든 가운데 축소 물량 대부분이 30년물로 집중된 것이다. 또 21-2는 현재 만기까지 28년이나 남은 종목이다. 통상 바이백은 길어야 잔존 2년 내지 2년반 정도 남은 채권을 매입 대상 종목으로 해왔었다.
예상을 벗어난 정부 발표에 시장은 곧바로 요동쳤다. 기재부 발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만 봐도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0.6bp(1bp=0.01%포인트)나 급락해 국고채 30년물이 상장된 2012년 9월 이후 일일 낙폭으로는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국고채 30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역전폭도 9.4bp 확대된 24.5bp로 1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후 국고채 30년물 강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30년-10년간 금리 역전폭은 더 확대되고 있다. 일명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위기를 겪으며 역대 최대 역전폭을 보였던 지난해 9월말(-31.2bp) 기록을 넘볼 태세다.
시장 급변동에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의 손실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잖아도 30년-10년간 금리가 역전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금리 정상화를 기대하고 국고채 30년물을 팔고 10년물 등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채권을 사는 포지션을 취하는 게 일반적인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또, 국고채 입찰에 참여해야하는 국고채 전문딜러(PD)들도 30년물 입찰을 앞두고 기존에 보유했던 30년물을 매도해 입찰 여력을 확보해 놓는게 통상 이어서다.
기재부가 국고채를 발행하고 바이백을 하는 목적은 우선 재정의 안정적 조달과 만기분산을 통한 차환부담 완화다. 채권시장에 대한 안정적 조성 역할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발행계획은 이같은 측면을 모두 거스른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시장금리 상승에 올 국채 이자비용만 작년보다 3조9000억 원 늘어난 25조 원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현재 이자비용(표면금리 기준)으로 3%대는 줘야 조달할 수 있는게 30년물(현 지표물 23-7)이다. 이런 와중에 2년 전 1%대 낮은 금리로 조달했던 30년물(21-2)을 중간에 되산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심화된 장기금리 역전은 통상 경제위기나 장기불황으로 해석된다. 줄곧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추 장관의 진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은 역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기재부가 특정 금융기관을 콕 집어 특혜를 주려했다는 의혹까지 채권시장에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그렇게까지 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