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상품 수요 늘어…홈디포 매출 15% ↑
감염 두려움 지속·근무 형태 변화 등 영향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끝난 뒤 세계 경제는 신속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주요국들의 실업률은 2020년 급등했다가 빠르게 대유행 이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부유한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각국의 강력한 봉쇄 조치가 풀린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은둔형 소비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서비스 분야의 소비자 지출 비중은 수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사회가 부유해지면서 사람들은 사치스러운 경험, 건강 관리, 재정 계획 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쏟았다. 하지만 전염병 발발 이후 미용, 호텔,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각종 서비스업 수요가 급감했다. 반대로 사람들이 집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냄에 따라 컴퓨터 장비, 운동용 자전거 등 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등했다.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서비스에 투입하는 지출 비중이 3년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밑돌았다.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은 2019년 예상했던 것보다 6000억 달러(815조7000억 원)가량 더 적은 금액을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접대, 레크레이션 등 집 밖에서 이뤄지는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렇게 절약된 자금은 의자, 냉장고, 옷, 음식, 와인 등 각종 상품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건축·인테리어 용품 판매점 홈디포(HD)의 매출은 2019년 대비 15%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봉쇄 기간이 긴 나라일수록 이런 은둔형 소비 습관이 더 깊게 뿌리 내렸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뉴질랜드와 한국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하다. 반면 다른 곳에서는 서비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체코에서는 서비스 지출이 추세보다 약 3%포인트(p) 낮다. 일본에서는 오락 및 기타 비즈니스 목적의 레스토랑 예약이 반 토막 났다. 일본 도쿄 유흥가 주변을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는 샐러리맨은 이제 ‘멸종 위기종’이나 다름없다.
언뜻 보기에 이러한 분석은 눈에 보이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듯하다. 좋은 식당을 예약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호텔들은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이러한 혼잡의 원인은 수요 급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공급에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실제로 영국의 호텔 수는 약 1만 개로 2019년 이후 3년째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이러한 현상에 한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