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급여기준 확대
만 3세 이후 증상이 나타난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에게도 치료의 길이 열렸다.
바이오젠코리아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의 급여기준 확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뇌하수체의 운동 뉴런 소실로 발생하는 신경근육계 희귀 질환이다. 손상되거나 누락된 생존운동신경세포1(SMN1) 유전자로 인해 SMN 단백질 생산이 결핍되면서 발생한다. 몸쪽 근육의 대칭적인 근력 약화와 근육 위축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증상 발현 시기에 따라 척수성 근위축증은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생후 6개월 이전에 발현하는 1형 환자는 두 돌을 넘기기 어려우며, 생후 7~18개월에 발현하는 2형 환자의 70%는 25세 이전 사망에 이른다. 3형은 18개월 이후, 4형은 성인기에 나타난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박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척수성 근위축증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희귀질환으로 부모가 보인자인 경우 자손이 환자가 될 확률이 4분의 1 정도”라며 “이에 따라 핵가족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는 유전이 없는 것처럼 보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스핀라자는 2016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척추성 근위축증 치료제다. 이듬해 5월 유럽의약품청(EMA), 7월 일본 후생노동성(MHLW),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체내에서 SMN 단백질 양을 지속해서 증가시키는 작용 기전이며, 요추천자로 운동 뉴런이 있는 중추신경계에 직접 투여한다.
기존에는 약물치료의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하단 이유로 만 3세 이하에 증상 발현을 입증해야 스핀라자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했다. 올해 10월부터 이 기준이 삭제되면서 만 3세 이후 증상이 발현된 환자들도 치료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스핀라자는 증상 발현 전부터 성인까지 모든 유형의 환자에서 생존율 향상 및 운동기능의 장기적인 개선 효과를 확인했으며,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에 따르면 장기사용했을 때 더 효과가 좋았다”라면서 “증상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것을 느끼는 경험이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최정남 바이오젠코리아 의학부 상무는 “척수강 내 주사로 투여된 뉴시너센의 농도는 모든 체중의 환자에 걸쳐 안정적이고 일정한 분포를 나타냈다”라면서 “스핀라자는 약 8년에 걸쳐 1만4000명의 투여 환자를 보유, 장기추적관찰로 안전성을 입증했다”라고 강조했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는 스핀라자 외에도 로슈의 ‘에브리스디’와 노바티스의 ‘졸겐스마’가 있다.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는 평생 1회 정맥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 2세 미만만 사용할 수 있다. 에브리스디는 먹는 약으로 투약 편의성을 높였다.
박 교수는 “스핀라자는 척수강 내에 약을 직접 주입하므로 적은 양의 투여가 가능하다”면서 “먹는 약은 접근성은 좋지만, 약제가 온 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고 다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스핀라자는 사전심사를 거쳐 급여 투여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급여기준 확대를 통해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의 운동기능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평가도구에 신경근육질환 검사(CHOP-INTEND, CHOP-ATEND)와 상지기능검사(RULM)이 추가돼 환자의 연령과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운동기능 평가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는 “스핀라자 급여기준 확대와 평가도구 추가로 더 많은 국내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이 약물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