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안법보다 형량 강화했지만 대부분 징역형 집유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2년을 앞둔 가운데 검찰 구형량과 법원의 선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축적된 판결은 8건이지만, 대부분 가벼운 처분에 그쳐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과 함께 당초 무리한 입법이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총 2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1심 판결이 나온 건 8건이다.
가장 최근 판결은 국내 1호로 기소된 두성산업 사례다.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1~2월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든 세척제를 취급하면서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직원 16명에게 독성간염이라는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강희경 창원지법 형사4단독 부장판사는 3일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두성산업 법인에는 벌금 2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강 판사는 “A 씨는 사건 발생 전 이미 여러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음에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A 씨가 이 사건 공소 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피해자들도 수사 단계에서부터 A 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점, 피해자들의 간 수치가 정상 수치로 회복된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피해자 측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는 “재판부가 중대재해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집행유예에 그쳤다”며 “중대재해법 입법된 중요한 동기와 원인이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분이었는데, 이런 식이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골자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안전 관리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중대재해법은 처벌대상을 구분하고 형량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나온 중대재해법 위반 판결도 두성산업 사례와 다르지 않다. 재판부는 “현장 안전관리 미흡으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쳤다”고 인정했지만, 기소된 사업주 대부분은 징역형 집행유예였다. 올 4월 하청 근로자의 깔림 사망사고로 한국제강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게 8건의 선고 중 유일한 실형 사례다.
애초 검찰 구형량도 높지 않다. 검찰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두성산업을 포함해 서울 동대문구 ‘사다리 추락사’ 등 책임자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인천, 제주 등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에 대해선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대검이 일선 지검에 배포한 양형기준을 보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범죄의 기본구간은 ‘징역 2년6월~4년’이다.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치사죄의 기본구간(징역 1년~2년6월)보다 약 2배 이상 높다. 산안법 ‘7년 이하 징역’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데 비해 중대재해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을 하한선으로 규정한다.
검찰 관계자는 “중대재해 사건의 경우 피의자 대부분이 자백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유족의 처벌불원의사 유무, 사고 발생 경위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처음 도입 취지는 요란하게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산안법을 약간 확대 적용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중대재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효과에 대한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경영진에 대한 처벌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법이라 입법 단계부터 무리한 것으로 보였다”며 “피해자 배상과 합의 등 감경인자가 명확하고 기존 산안법 사건 처리에 따라 보면 강하게 구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