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병력 부족 심화…커지는 전쟁 피로감
백악관은 보도 부인 “협상 관련 모든 결정 우크라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EU 내 피로감과 함께 우크라이나 병력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NBC 방송은 4일(현지시간) 미 정부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만 할 수 있을 사안들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일부 민감한 내용은 지난달 50여 개국이 모인 우크라이나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논의는 장기간 전선이 교착 중인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 우크라이나 원조와 관련한 미국 및 유럽 각국의 정치적 여건 악화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이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6월부터 러시아군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내겠다며 '대반격 작전'을 개시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병력이 부족해지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외견상 끝없이 병사가 충원되는 듯 보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병력을 확충하겠다며 징집 관련 요건을 완화했을 때는 공개적으로 반발이 일기도 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 고갈되는 상황에 주목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가장 큰 우려는 인력이다. 미국과 동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도 이를 사용할 숙련된 병력이 없다면 별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들은 올해 말부터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대다수가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현시점에서 (평화) 협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진행되는 어떠한 다른 대화도 알지 못한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협상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우크라이나에 달려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적대행위에 맞서 자유와 독립을 지키는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지원하는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응할지도 의문이다. NBC는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볼 어떤 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