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냄새는 머리를 깨운다

입력 2023-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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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탓인지 아님 세상 돌아가는 게 너무 험악해서 그런지자주 마음이 뒤숭숭하다.그 때마다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며 심사를 달랜다.근래에 들어선푸바오와 그쌍둥이 동생판다들에 대한쇼츠(Shorts) 영상을 자주 본다.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많지만, 엄마 아이바오 품에 안겨 젖을 빠는 두 꼬물이의 모습이 특히나 마음에 와 닿는다.행여 떨어뜨릴까새끼를 조심스레 두 팔로 감싸안은 채 수유를 하는 엄마 판다가기특하면서도 안쓰럽고,두 아기 바오들이털로 뒤덮인 엄마 몸에서 젖꼭지를 용케찾아내는 걸 보면 참 기특하다.

시각이나 청각이 미숙한 아기 판다가 엄마 젖을 찾을 수 있는 데는 후각이 큰 역할을 한다.좀 과장하면 새끼를 생존의 길로 이끄는 게 후각이다.판다만 그런 게 아니다.눈도 귀도 아직은 제 역할을 못하는 새끼 강아지들도웬만해선 엄마 젖을 놓치지 않는데, 이 역시 뛰어난 후각 덕이다.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냄새’와 연관이 있다.강에서 태어난 새끼 연어는 부화 뒤 강의 상류와 중류 그리고 하류를 거쳐 바다로 간다.그리고 이 때 지나온 물 냄새를 차례를 차례대로 기억한다.이후 새끼를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갈 때 앞서 저장해 둔강 냄새를 순서대로 떠올리며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걸로 알려져 있다.후각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뇌와의 관계에 있다.냄새의 근원은 해당 물질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미립자다.그래서 ‘냄새를 맡는다’는 말 대신‘화학물질의 감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숨쉬기를 통해콧속 점액층까지 스며든 냄새 입자들은 후각수용체(olfactory receptors)를 활성화시킨다.이 후각수용체는냄새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후각 수용체는코는 물론심장이나 폐와 같은 장기에도 있고,심지어 피부나 혈액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있다고 한다.머리부터 발끝까지 후각수용체가 발현하지 않는 곳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신호화 된 후각정보가후각신경을 통해 뇌의 여러 부위로 전달이 되면 우리는 냄새를 느끼게 된다.정보가 도착하는 곳 중 하나가 후각중추(olfactory center)다.이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일부다.

흔히 냄새가 감정 또는 기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하는데,이는 후각정보가 변연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이때문인지 후각을 자극하는 환경에서는 기억과 감정이 함께 강하게 연계돼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고, 후각과 연관된 기억은 다른 기억보다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록펠러 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감각 비율은 촉각 1%, 청각 2%, 시각 5%, 미각 15%, 후각 35%라고 한다. 또한 ‘매일 생성되는 모든 감정의 75%가 냄새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올 2월 사이언틱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향’의 위력을 입증하는 재밌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독일 프라이브르크(Freiburg)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이 실험보고에 따르면,추가의 시간 투자 없이도 더 나은 학습 결과를 가져올 방법이 있다.답은 ‘코를 이용한다’이다! 즉, 최소 사흘 이상 같은 장미향을 맡으며 수면과 학습 그리고 온라인 시험을 본 실험 그룹이 이 중 한 행위를 할 때만장미냄새를 맡도록 한 그룹보다 테스트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뿐 만 아니라 지속해서 향에 노출돼 있던 실험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들보다 단어를 일 주일 정도 더 오래 기억한 걸로 밝혀졌다.

갑자기 내 일상이 지지부진 한 건 ‘삶에 좋은 향이 부족한 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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