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6일 방문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현실이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각 세종을 "현재가 아닌 10년 그 이상의 미래를 보고 부지와 건물 그 안에 들어가는 인프라 운영 기술 노하우까지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6500억 원을 투입한 각 세종과 각 춘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네이버 제2사옥인 네이버 1784에서 적용된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의 심장 역할을 맡은 각 세종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AI)가 분업, 협업하며 공존하고 있었다. 고중량 서버를 운반하는 가로의 디스플레이에는 ‘세로가 자산을 싣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3.2m 높이의 세로는 2mm 단위로 자산을 정확하게 꺼내 안전하게 적재해 가로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은 마치 우주정거장에 우주선이 도킹을 시도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로봇이 단순, 반복 업무를 도맡은 대신 직원들은 데이터센터의 눈이자 두뇌 역할을 하는 통합관제센터에서 모든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용되는지 점검하고 관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재필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엔지니어링 리더는 “데이터센터를 처음 만들 때부터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도록 설계했다”며 로봇을 활용해서 업무효율을 30~50% 높이고 업무 시간을 20~3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세종의 모든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된 아크(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와 ARM-시스템을 통해 공간 및 서비스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연동돼 GPS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로봇의 현재 위치와 경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로봇의 이동과 태스크 수행을 위한 계획과 처리를 대신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1784가 스마트 오피스의 기준을 제시했다면 각 세종은 미래 산업현장의 레퍼런스를 제시해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해 네이버 첨단 기술의 심장 역할을 하는 AI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실은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웨엥' 하는 굉음이 끊임없이 들렸다. 서버실 양쪽으로는 열기를 배출할 수 있는 팬이 양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김 리더는 “네이버는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으며 AI 시대의 도래에 맞춰 지속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각 세종을 설계했다”며 “1단계로 오픈한 각 세종의 서버동인 ‘북관’은 데이터 증가 속도에 맞춰 총 3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동될 계획이고 북관이 빠르게 찰 경우를 대비해 2단계 서버동 구축 예정 부지도 미리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픈한 공간은 각 춘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인데 이는 전체 예정 규모에 비하면 6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네이버는 화재, 지진, 정전, 사이버 테러, 자연재해 등에도 서비스 중단 없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김 리더는 “한쪽의 회선이 끊기더라도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서비스가 이중화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춘천과 수도권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세종, 부산, 대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독일, 동남아 등 글로벌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세종은 10년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곳곳에 에너지 효율을 증대할 수 있는 요소가 녹아 있었다. 각 세종은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공조 시스템인 나무 3세대 설비를 활용해 기후 변화에 맞게 직·간접 외기를 적절히 냉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통해 전력을 추가 확보하고, 본관과 워크스테이는 신재생 에너지인 '지열'을 활용해 100% 냉·난방에 활용하는 등 친환경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공들였다.
김 리더는 “각 세종은 물 재사용 시스템을 도입해 물 사용량은 67% 수준으로 절감했고 이를 통해 연간 약 1만3000 MWh 전력을 절감하고 6000톤의 탄소배출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