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49·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A 씨는 2021년 12월 9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거주지에서 어머니 B 씨에게 냄새가 난다며 옷을 벗으라고 했다. 이후 A 씨는 알몸 상태인 어머니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당시 기온는 10.6도였다. 지나가는 이웃 주민이 B 씨를 발견했을 당시 B 씨는 추위에 온몸을 떨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B 씨를 위해 A 씨의 집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었고, B 씨는 1시간 30분가량 알몸 상태로 홀로 밖에 방치돼 있었다.
보다 못한 이웃 주민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A 씨는 문을 열어줬다.
1시간 뒤쯤 경찰의 연락을 받고 A 씨 집을 찾은 B 씨 담당 사회복지사는 B 씨가 나체로 엎드려 누운 채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B 씨가 왜 옷을 벗고 있느냐’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A 씨는 “B 씨가 자꾸 옷을 벗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회복지사는 B 씨 상태를 확인했지만, 그는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사회복지사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피고인석에 선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옷을 다 벗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의로 학대한 건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 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노모의 사망 원인에 주목한 2심 재판부는 A씨가 죄가 있다고 판단,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다른 외부인자 없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 것이 아니다”라며 “전문가들이 ‘고령의 치매 환자로 당뇨까지 있는 피해자가 밖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간 인과 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20대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정상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학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로지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라며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