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교사 피습 등 학교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교육부 “디지털 활용 안전관리시스템 강화할 것”
교육부가 최근 학교 울타리를 허무는 ‘학교복합시설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0년 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학교 담장을 쌓고 출입통제를 강화했던 것과는 상반된 조치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안전시스템’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 일부 시설의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문화·체육·복지시설 등을 갖춘 학교복합시설을 설치한다. 초등전일제 교육인 ‘늘봄학교’와 최우선 연계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지원토록 하고, 중·고교와 대학에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특화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학교 담장은 그동안 안전과 편의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설치되고 허물어지기를 반복했다.
지난 2000년 이후 ‘학교 공원화’를 위해 추진돼 오던 ‘담장 없는 학교’ 사업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2012년 중단됐다. 학교 내 외부인 침입 문제가 불거지자 이주호 장관이 교육수장으로 있던 교과부는 담장 없는 학교에 다시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른 키(최대 1.8m) 높이 이상의 투명 펜스(울타리)나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또 학교에 외부인이 출입할 때 신분을 철저히 확인하고, 주변 순찰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학교 현장에서는 애써 허문 학교 담장을 다시 설치해 예산 낭비란 지적도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이번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 추진과 관련, 안전관리시스템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교육당국이 10년 전처럼 학생들의 안전조치 소홀을 애꿎은 학교 담장 탓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교권침해 논란으로 학생안전과 함께 교사들의 안전도 중요해졌다. 실제로 지난 8월 대전 대덕구의 한 고교에서 40대 교사가 흉기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송수연 경기교사노조 위위원장은 “교내에서 외부인에 의한 무력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학교를 개방하려고만 한다.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면서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학교 출입 통제, 안전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교시설 개방은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와 학교 간 갈등의 원인이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지금도 학교시설을 훼손하고 쓰레기를 투기하며 교내를 횡행하는 외부인이 오가는 학교가 많다”면서 “학교를 어떻게 안전한 공간으로 지켜갈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은 학교 내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의 운영 부담도 고민거리다. 지난 9월 '2023년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 선정 결과 총 39개의 사업이 선정됐다. 총 사업비 7500억원 중 40%인 3020억원을 교육부가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 김홍곤 시설과장은 “해당 사업을 지자체가 외면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주차장이나, 수영장 같은 지역 주민들의 활용도가 높은 시설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교육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과장은 “시설들은 결국 노후되기 때문에 관리운영비 일부를 교육예산인 교부금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관리 유지보수비는 이후 매년 교육예산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했다.
앞서 이 부총리는 지난 7월 경기 시흥 배곧누리초 부지 내 학교복합시설 현장을 방문해 "아이들을 학교에 맡길 때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안전문제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복합시설은) 학교 안에서의 학생과의 외부인의 접촉에 대해서는 틀림없이 안전한 관리를 전제로 있다”면서 “디지털을 활용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