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용기 있는 소방관을 가진 나라가 바로 안전한 나라이고 소방관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나라가 건강한 나라"라며 소방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방대원 개인 보호장구 확충, 소방병원 설립, 소방 지휘관 직급 상향 등 안전·복지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도 약속했다.
17만 소방 가족 격려 차 마련한 기념식에 찾은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헌신하신 순직 소방 공무원들께 경의를 표한다"는 말로 기념사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월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화재 현장의 그 재난에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다 헌신하신 故(고) 이형석 소방경, 故(고) 박수동 소방장, 故(고) 조우찬 소방교, 올해 3월 주택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 한 명의 생명을 살리고자 화염 속으로 뛰어든 故(고) 성공일 소방교를 추모하며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는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각종 재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여러분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분은 지난해,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현장 130여만 곳에 출동했고, 11만 명이 넘는 국민을 구조했으며 300만 건의 응급환자 구급 조치로 210만 명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냈다"고 그간 활동을 치하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튀르키예 지진 구호 현장과 캐나다 산불 현장에서 보여준 헌신과 국제 연대 정신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말도 했다.
행사 시작에 앞서 윤 대통령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는 순직 소방 유가족을 만나 위로와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31년간 재난 현장에서 활약한 뒤 퇴임하는 이봉락 경북 칠곡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의 마지막 작전 무선을 청취했고, 자리에 함께해 격려하기도 했다.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은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라며 "청년들이 소방관이 서로 되려고 하는 것은 그동안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미래는 참으로 밝고 든든하다고 생각한"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후변화로 자연 재난의 위협이 일상화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과거에는 없었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고도화된 재난관리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소방 조직이 세계 최고의 재난현장 대응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로 긴급 출동 우선순위를 자동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첨단 소방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식 소화 수조를 확대하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현장 대응을 위해 소방 로봇 보급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안전만을 생각해 달라. 정부는 여러분이 주어진 사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우리 가족, 우리 이웃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말과 함께 소방대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약속했다.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안전뿐 아니라 소방대원 여러분 자신의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소방대원의 개인 보호장구의 확충은 물론 소방대원이 입은 화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할 수 있도록 국립 소방병원과 소방 심신 수련원 건립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금까지 늘 제복 공무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강조했다. 취임 이후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확대했고 구조, 구급 활동비도 대폭 증액했다"며 "이제는 지역의 소방지휘관 직급을 경찰관 수준으로 대폭 상향해 재난 현장에서의 지휘권이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소방의 날 기념 정부포상도 수여했다. 훈·포장 및 대통령 표창은 엄준욱 인천소방본부 소방감, 안재영 대전 유성구 의용소방대장 등 4명에게 윤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순직 소방 유가족, 전국 시·도 소방관, 주한 튀르키예 및 캐나다 대사관 소속 참사관 등이, 정부는 남화영 소방청장 등이, 대통령실은 이진복 정무수석,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구만섭 자치행정비서관 등 모두 10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