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도 대기업과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면 비교적 최근 입주한 아파트 대비 집값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존재가 지역의 대표성을 띠기도 하는 만큼 접근성이 용이한 단지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전반적인 인지도, 이미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와 인접한 영통구 매탄동 '매탄주공5단지'(1985년 12월 입주)의 전용면적 83㎡가 올해 9월 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2022년 8월 입주)의 6월 전용 84㎡ 매맷값(9억3000만 원)과 수원성 중흥S-클래스(2026년 1월 입주 예정)의 10월 전용 84㎡ 매맷값(6억7700만 원) 보다 높은 가격이다.
매탄주공5단지는 삼성디지털시티와 접근성이 용이하지만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수원성 중흥S-클래스는 약 4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이 있는 울산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기업과 인접한 울산시 남구 삼산동 아데라움(2005년 2월 입주)의 경우 전용 85㎡가 올해 10월 5억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울산에일린의뜰1차(2013년 10월 입주)의 전용 84㎡ 매맷값(4억9800만 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아데라움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접근성이 용이한 단지가 강세를 띤 모습이다. 올해 1월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의 경우 현대로템, LG전자, 한국지엠 등 대기업과의 인접성이 부각되면서 평균 28.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거뒀다.
뒤이어 공급된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57.59대 1),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73.75대 1), 호반써밋 고덕신도시 3차(82.33대 1), DMC 가재울 아이파크(89.85대 1) 등 대기업과 인접한 단지들은 저마다 준수한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호재로 집값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기업과 접근성이 용이한 입지가 한정적이고 공급도 적다는 사실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내 부동산 시장에선 대기업과 접근성이 용이한 새 아파트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먼저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충남 서산시 석림동 일원에 '서산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4개동, 전용면적 84~116㎡, 총 410가구 규모로 공급된다. HD현대오일뱅크,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이 입주한 대산석유화학단지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롯데건설은 이달 경기 부천시 소사본동 일원에 짓는 '소사역 롯데캐슬 더 뉴엘'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5층, 6개동, 전용면적 59~132㎡, 총 983가구로 구성된다. 주변에 위치한 부천대장공공주택지구 내 도시첨단산업단지에는 SK그룹의 친환경 기술개발 분야 연구개발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이달 경기 평택시 가재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 1블록 일원에 짓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쌍용 더 플래티넘'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12개동, 전용면적 84 ·113㎡, 총 1340가구로 공급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송탄일반사업단지 등으로 이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