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터치로 통화… 손바닥이 디스플레이 역할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옷깃에 붙일 수 있는 웨어러블 AI 기기가 등장했다. AI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이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AI 핀'이다.
스크린이 없이 음성과 터치를 통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고, 디스플레이는 손바닥이 대신한다. 가격은 91만 원이며, 통신요금 등을 매달 추가로 내야 한다. 이 제품에 대해 업계에선 "흥미롭지만, 실용성에선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휴메인은 애플 디자이너 출신인 임란 초드리와 베사니 본조르노 부부가 2018년 스마트폰을 대체하기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AI 핀'은 명함 정도 크기의 디바이스로 옷에 자석으로 고정시키면 된다. 손바닥을 근처에 갖다 대면 'AI 핀'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통해 화면이 나타난다.
전화가 오는 경우 손을 가까이 대면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나타난다. 음식을 가까이 대고 칼로리를 물으면 음성으로 답해 준다. 이메일도 요약해 주고 대화를 녹음도 해준다.
AI 핀에는 스피커와 카메라가 내장돼 있고, 해당 기능이 켜지면 불이 깜박인다. 기기를 더블 탭하면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힌다. 또 스페인어와 영어 간 대화를 실시간 번역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초드리는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에서 "(AI 핀이) 항상 듣거나 녹음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용자가 참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이용자의 참여는 음성과 터치, 제스처 등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휴메인은 이 기기의 가격을 699달러(약 91만원)로 제시했다. 여기에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에 월 24달러의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휴메인은 오는 16일부터 'AI 핀'의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 제품이 스마트폰을 대체한다기 보단 새로운 AI 기기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정도로 평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휴메인의 제품으로 AI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가능성 등을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WSJ는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이를 대체하기 위해 스마트워치, AI 스피커, VR 헤드셋 등 여러 시도가 있었다"며 "그러나 어떤 것도 스마트폰만큼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자 업계 관계자는 "손바닥이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게 뭔가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다"며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신기해서 몇 번 써볼 수준이지 스마트폰을 대체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SNS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시청인데 저 제품으로는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