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을 괴롭히는 사생팬의 과감한 행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엑소 백현의 사생팬은 백현 친형의 결혼식에 지인으로 참석해서 백현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구하기도 했고요, 김재중이 동방신기로 활동할 때 한 사생팬은 김재중의 집까지 들어와 몰래 사진을 찍고 달아나거나 새벽에 벨을 누르고 문 손잡이를 잡아끄는 등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속옷을 훔쳐 판매하거나 연예인이 해외 일정으로 비행기를 예약하면 근처 좌석을 예약해 비행 내내 연예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요.
사생팬의 이러한 행동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이나 주변 인물에 접근해 따라다니는 ‘스토킹 행위(stalking)’에 해당하는데요. 스토킹 행위는 당사자 또는 주변 인물에게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악질 범죄로 꼽힙니다. 이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늘어나죠. 아이돌 팬 커뮤니티에서는 ‘팬의 자격이 없는 범죄자’라는 의미를 담은 ‘사생범’이라는 용어로 사생팬을 부르고 있습니다. 사생팬의 신상을 SNS에 공개하거나 범죄 행위를 공개 저격하는 팬들도 있죠. 그럼에도 이들의 범죄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연예인들을 쫓는 팬들이 많아지자 그들을 전문적으로 실어 나르는 ‘사생 택시’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정보값이 많이 쌓인 사생택시는 신규 사생팬에게 연예인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까지 한다는데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 화장실로 따라오거나 집 화장실에 카메라 렌즈를 설치해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등 범죄 수준에 이르는 사생활 및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사생팬을 처벌에 이르게까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생팬의 나이나 연예인의 이미지 때문인데요. 자신의 미성숙한 행동을 반성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어린 팬을 무시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법적 분쟁이나 보도로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을 꺼리다 보니 그냥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세가 바뀌고 있습니다. 소속사에서 ‘선처 없는 강경대응’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SM, 하이브, 안테나 등의 회사들이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사생팬의 행위를 지탄하며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자택으로 수차례 우편과 택배를 보내고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끼친 사생에 대한 증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스토킹처벌법)협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법원의 접근금지 잠정조치와 검찰 수사를 이끌어낸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그럼에도 사생팬들의 선을 넘는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한 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