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보호예수 물량 쏟아져…7월 상장기업 전체 공모가 대비 두자릿수 하락
"신규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영향…주가 변동성 확대의 악순환"
최근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의 사기 IPO(기업공개) 의혹 논란으로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IPO 시장이 구주 탈출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모주 가격 제한폭이 확대되면서 상장 첫날에 변동성이 커져 구주 물량을 개인투자자에게 떠넘기는 행태가 만연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IPO 총 34개 기업 중 12개를 제외한 22개 기업이 모두 공모가 대비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종목 상장 후 첫날 고점을 넘어선 회사는 △큐로셀 △유투바이오 △워트 △아이엠티 △시큐레터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코츠테크놀로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파두 △엠아이큐브솔루션 △시지트로닉스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12개로 집계됐는데, 9일 상장한 큐로셀을 제외한 11개 회사는 최근 좋지 않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고점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공모가 대비 아래로 빠진 종목도 5종목이나 됐다.
특히 최근 사기 IPO 의혹을 받고 있는 파두의 경우 상장 첫날 고점인 3만500원을 가볍게 넘어서 9월 12일 장중 4만7100원까지 올라간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고, 이번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현재는 1만7000원대에 주가가 머물러 있다.
최근 시장이 안 좋은 탓도 있지만, 6월 26일 공모주 가격제한폭이 기존 90~200%에서 60~400%로 확대돼 이른바 주가가 ‘뻥튀기’된 기업공개 첫날 구주를 팔고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7월에 상장한 기업들은 3개월 보호예수(락업)가 풀리면서 물량이 쏟아져 공모가 대비 모두 두 자릿수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 하반기 IPO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는 중이다. 올해 최대 기대주로 분류됐던 두산로보틱스도 상장 첫날 고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등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국내 최대 종합보증사인 서울보증보험은 고평가 논란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아울러 기관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조금 덜 사더라도 보호예수 기간을 짧게 걸거나, 보호예수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실제로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의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살펴보면 락업을 제시한 참여자는 총 41곳이었다. 락업을 걸지 않은 기관 수는 1037곳에 달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7월 이후 과거 추세와 다르게 공모가가 희망가 기준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중으로, 신규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영향”이라며 “공모가격이 높아도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서 주가 변동성 확대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