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과 손잡고 직접 투자하려다 역풍
한국으로 눈 돌려…배터리 원자재 부문서만 9건 합작투자
“핵심 원료 통제해 무기화할 준비”
미국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중국과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사업을 거론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조항과 관련해 강력한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원 에너지위원장인 맨친 의원은 이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오랜 시간 법 규정을 우회하고 공정 무역을 노골적으로 무시해 왔다”며 “‘외국 우려 기업(FEOC)’ 지정과 관련해 최대한 강력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가장 강력한 FEOC 규정을 세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납세자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 모로코와 조인트 벤처 및 투자 등 형태로 사업 기회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극심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반응은 격앙돼 있다. 맨친 의원은 “IRA 보조금은 내수 기업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 및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것을 ‘광물 세탁’에 관여한 적국들에 도둑맞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IRA를 통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FTA 체결국가에서 조립한 전기차까지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배터리 및 핵심 광물 등에 엄격한 세부 규정을 도입해왔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 중이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얹은 탓에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무부는 아직 최종 세부 규정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가 지역구인 맨친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 중도 보수 성향 인사로 IRA를 비롯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의제마다 제동을 걸어온 인물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용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한국에서 9건의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외국 기업과 합작이라는 우회를 통해 IRA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애초 미국 기업과 손을 잡고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방안을 시도하다가 강력한 역풍에 직면한 상황이다.
당장 포드가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과 손을 잡고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강력한 압박에 돌연 사업을 중단했다.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의 대부분은 중국이 거머쥐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생산의 74%를 중국이 맡는 한편, 음극재의 경우 92%가 중국산이다. 이밖에 리튬이온 배터리 셀 역시 76%가 중국산이다. 그 때문에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이 이들 원료를 통제해 무기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행정부의 적극적인 규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