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확실성 선제대응으로 극복
"철저히 준비해 기회오면 도전하라"
“내년에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예상된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Sh수협은행 최연소 여성 부장, 최초의 여성 본부장·여성 지점장·여성 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우아한 외모에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 ‘여전사’로 통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최고경영자(CEO)인 강 행장이 17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수협은행 전국 영업실적 1위 지점을 만든 경력 등 영업력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그는 공적자금 상환 후 첫 행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디테일, 빠른 추진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현장 경영과 소통 행보로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직원들에게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강 행장의 ‘진심’은 제대로 통했다. 1년간 쉼없이 뛰어다닌 결과 수협은행은 올해 매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강 행장은 16일 본지와의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취임 후 ‘협동의 가치로 만나는 새로운 금융’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협동조합은행 정체성 강화와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 행장이 수협은행 수장이 된 이후 가장 눈에 띈 성과는 역시 실적이다. 수협은행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803억 원, 총자산 69조2151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01년 수협중앙회가 정부로부터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후 수협은행은 이를 상환하기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을 배당했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이익 상당부분을 중앙회에 배당하면서 내부 유보와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낸 성과라 더 의미있다는 평가다.
그는 “올해는 연초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은행의 예수금 증대와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생산성 지표도 개선할 수 있었다”며 “주목할 점은 비이자사업 부문 전반에서 전년 대비 개선이 뚜렷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이자 부문 상품의 다양화 및 비대면 판매 활성화, 성과평가 강화, 관련 부서의 적극적인 영업활동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 행장은 “‘마부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자세로 좌절하거나 올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국내외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남은 4분기도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취임 1년을 돌아보면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현장’이다. 최대한 많은 직원을 만나기 위해 전국 19개 금융본부를 모두 방문하는 ‘찾아가는 경영’을 펼첬다. 또한, 직급별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신입행원들과는 ‘CEO와의 대화’를, 중간관리자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영업점 책임자 워크숍’과 ‘마부정제 소통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강 행장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이 있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은행장으로서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이라고 했다. 또 “내년에도 경영방침 공유를 위한 ‘경영소통’, 현장 의견 청취를 위한 ‘현장소통’, 업무개선과 신사업 아이디어 제안을 위한 ‘제안소통’ 등을 운영해 다양한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수협은행은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나 캐피털사 등 비은행 금융 자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당초 연내 비은행 금융 자회사 인수에 나서려고 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땅한 매물이 없었다. 내년에는 적당한 매물이 나오는 대로 즉시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 행장은 “내년은 세전 당기순이익 3300억 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한 핵심 전략 목표로 △수익 창출의 체질 개선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기반 마련 △발전적 조직혁신 △사회적 책임 강화를 내걸었다.
문제는 내년 시장상황이다. 강 행장은 “국내 부동산과 건설시장은 지금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등 대내외 복합적인 상황이 더해져 우리나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상황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금융 강화와 비이자수익 확대, 효율적 경영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수협은행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수협은행은 내년에도 건전한 여신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업종별 여신한도와 상환력 등 제반 사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대손충당금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 내 각종 리스크관리 시스템 고도화와 여신감리기능 확대 등을 통해 양호한 건전성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강 행장은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수협은행 최초의 여성 행장을 맡게 된 대표적 여성 리더다. 그는 “행원 시절 당시 여성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여신업무를 배우기 위해 남몰래 규정집을 외우고 부족한 실무를 익히고자 상환된 대출서류를 파헤치곤 했다”며 “남들보다 어렵게 배운 만큼 철저히 준비했고, 여신업무를 맡을 기회가 왔을 때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점장 시절을 회상하며 하루에 3번 고객을 방문하고 5번 통화하고 10번 금융솔루션을 생각하는 ‘1일(日) 3방(訪) 5통(通) 10사(思)’라는 마케팅 원칙을 만들고 끊임없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런 준비와 노력을 통해 고객을 만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영업에 도전하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 행장은 미래의 여성리더들을 향해 “뒤돌아보면 44년간 Sh수협은행에서 저의 삶은 ‘준비를 통해 기회를 찾고 도전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며 “10년, 20년, 3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목표를 정했다면 그 목표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때로는 준비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준비할수록 주변의 기회를 더욱 많이 찾아낼 수 있다”며 “기회는 항상 우리 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만큼 확신이 들면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기회를 취해서 도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