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프로포지션47 부작용 지적도
AI 사무실 확대로 변화 조짐…활기 되찾을지 주목
이 화려한 수사는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도시가 유령도시처럼 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거리의 소매점들이 잇따라 폐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은 금액의 절도나 약탈에 관용을 베푸는 정책으로 체감 치안까지 악화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대유행이 끝난 뒤에도 기술 기업의 재택근무 확산과 정리해고, 치안 악화로 소매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올해 8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노드스트롬 유니언스퀘어점을 35년 만에 폐점했다. 이에 앞서 유기농 전문 마켓 홀푸드마켓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지난 4월 개점 1년 만에 철수했고, 지난달에는 대형 소매업체 타깃과 스타벅스 매장 7곳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샌프란시스코가 유령 도시로 전락한 이유 중 하나는 사무실 수요 감소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많은 기술 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지만 재택근무 확산과 레이오프(일시 해고)로 많은 직원이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서비스 대기업 CBRE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시내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사무실 공실률은 역대 최대인 35%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다른 주요 도시인 뉴욕(15.4%)과 샌프란시스코(21.1%)의 공실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CBRE 관계자는 “앞으로 공실률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 소매업체들은 폭력과 협박을 동반한 도난에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지 경찰은 “인터넷에 재판매하는 조직적 약탈이 최근 2~3년 새 급증했다”고 말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절도 건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3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만2000건보다는 적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실제 피해는 통계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특유의 문제도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는 2014년부터 재소자 수를 줄이기 위해 좀도둑, 마약 소지, 사기 등 비폭력적인 범죄의 형량을 낮춰주는 ‘프로포지션47’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피해액 950달러 이하의 절도를 경범죄로 취급해 범행이 세 차례 발각돼 기소돼도 1년 이하의 징역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형 약국 점원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신고를 포기하고 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 밖에도 2020년 ‘흑인 목숨은 중요하다(BLM)’ 시위 확산, 형사 사법 개혁 가속화 등으로 야기된 경찰의 인력 부족과 사기 저하가 결과적으로 범죄율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엄벌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시장을 지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낙서 등의 단속을 강화해 강력 범죄를 대폭 줄였다. 마에시마 가즈히로 일본 조치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경찰 개혁과 사회 안전망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샌프란시스코는 기술산업에 중요한 곳”이라며 “이곳에서 성장을 계속한다”면서 시내 사무실 면적을 기존보다 3.5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구글이 출자하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무실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닛케이는 “19세기 골드러시로 붐을 일으켰던 황금의 거리가 AI의 힘으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