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옥시아도 최대 규모 적자
코스닥 업체 파두, SSD 주문 끊기며 매출 98% 감소
4분기부터 일부 회복세 기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또 다른 메모리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 업황은 아직도 암흑기다. 수요가 도통 회복되지 않는다. 낸드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16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미국 낸드 법인은 3분기 누적 3조67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적자인 3조3256억 원보다 크다.
적자의 원인은 솔리다임이다. 솔리다임은 2020년 10월 SK하이닉스가 10조3000억 원 가량을 주고 인수한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다.
SK하이닉스는 단품 낸드플래시를 주로 제조했지만 낸드 시장에서 SSD가 각광받자 인텔 낸드사업부를 전격 인수했다. 인텔은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만드는 SSD가 주력이다. 문제는 낸드 업황 추락으로 솔리다임 적자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D램 부분에서 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낸드 부진이 심화하며 여전히 전체 실적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이유다.
일본 낸드 업체 키옥시아도 4∼9월 1891억 엔(약 1조655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키옥시아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가 설립된 2017년 이후 같은 기간내 최대 규모 적자다. 최근 컴퓨터와 스마트폰 관련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코스닥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인 파두도 낸드발 악몽의 여파로 3분기 매출 3억2081만 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국내 팹리스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에 등극했던 기업이다.
파두는 13일 성명을 통해 “낸드와 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내년 낸드 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낸드는 D램 대비 재고 수준이 높고, AI 수요 영향도 D램보다 제한적"이라며 "낸드는 업황 회복에 시간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내년에도 보수적인 낸드 생산 기조를 유지하고, 제품 라인업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긍정적인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분기까지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기업형 SSD(eSSD) 발주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현재는 조금씩 계약을 체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저점을 지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메모리카드와 USB향 범용 128Gb 낸드 가격은 1.59% 상승했다. 2021년 7월 이후 첫 반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