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53% 감소·주가 36년 만에 최대 낙폭
중국시장 키운 것이 ‘毒’ 돼…매출 비중 4분의 1 달해
경쟁사 고세는 중국 비중 10% 중반대 불과...충격 거의 없어
일본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으로 인한 ‘새옹지마(塞翁之馬)’ 상황에 놓였다.
일본 1위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중국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불매운동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시세이도보다 중국 의존도가 덜한 경쟁사 ‘고세(Kose)’는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시세이도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3분기 매출이 2282억 엔(약 1조96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억 엔으로 53% 급감했다.
무엇보다 시세이도는 최근 올해 핵심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42% 하향한 350억 엔으로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그 여파로 13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전일보다 14% 폭락했다. 이는 36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중국의 불매운동이 시작된 6월 전과 비교하면 주가는 71% 떨어진 수준이다.
이렇게 실적과 주가가 죽을 쑨 이유는 중국시장에서의 수요 부진이 주요 배경이다. 시세이도는 2010년대에 중국 사업을 빠르게 확장, 2021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최대 시장이 됐다. 지난해에도 중국 매출 비중은 24%에 이르러 일본의 22%를 웃돌았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경기둔화에 허덕이고 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로 온라인상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활발해져 시세이도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일본 화장품 블랙리스트와 대체 가능한 제품 등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토 와카코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기업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중국 확장으로 더 많은 수혜를 누린 일본과 한국 기업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 12.7% 줄었다고 발표했다.
투자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의 지니 첸 애널리스트는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의 경기가 더욱 둔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대한 시위가 얼마나 지속될지가 더 시급한 이슈”라면서 “그 영향은 다음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시세이도의 일본 경쟁사인 고세는 중국시장 의존도가 덜해 오히려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 고세는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3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9% 늘어난 2189억 엔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160억 엔으로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세는 매출에서 중국시장 비중이 10% 중반에 그칠 뿐 아니라 일본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고급 브랜드인 데코르테와 알비온 제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중국발 타격이 제한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