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포르투갈 역시 의료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공공의료 쪽 얘기다. 근무여건 개선과 급여 인상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의사노조는 정부와 17개월째 지루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의사 충원을 통한 초과근무시간 단축과 지난 10년간 임금인상이 없었던 점을 들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갈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전문의 초임은 월 2860유로(약 404만 원)로 대학졸업 근로자 초임의 2배 정도지만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공부문 의사들이 민간병원으로 이직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이런 의사들의 이탈로 인해 공공의료 시스템이 차질을 빚고 있다.
포르투갈에는 대표적인 의료복지 시스템으로 가정의학 전문의와 일반 국민을 연결시켜주는 ‘국민 주치의 제도’가 있다.
의료번호가 있는 일반 국민과 외국인은 지역 보건소에 등록하면 주치의를 배정받는데, 의사 충원이 난항을 겪으며 현재 160만 명 정도가 주치의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립대학에 추가 의과 과정을 신설하고 정원을 늘려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의사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또한 급한 불을 끄기 위
쿠바 의사 300명 채용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브라질에도 가정의학 전문의를 모집하는 광고를 낸 상태다. 외국 의과대학 학위를 인정해주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도대체 포르투갈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기에 이러나싶어 세계보건기구의 통계를 살펴보니 의외였다. 포르투갈은 2020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가 56.15명으로 세계 8위. 이정도면 상위권이다. 반면 한국은 25.08명으로 69위에 그쳤다.
결국 전체적인 의사 수가 부족하기보다 ‘무상의료’에 가까워 일반 국민들이 많이 몰리는 보건소, 공공병원의 의사 부족이 문제인 셈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나라 의사단체는 한국의 의사협회처럼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내세우며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