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측 "검찰, 근거없는 주장…합목적성 합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결심 공판이 17일 열렸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계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구형에 사법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재판부의 유죄 판결 우려도 남아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한다"며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015년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해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이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배임·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회장의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법정 쟁점인 합병 비율과 관련해 법에 따라 정해져 문제가 없고, 불법적인 주가 시세 조종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시가 없었다는 점, 이를 보고했다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날 이재용 측 변호인단은 "3년 2개월이 흘러 106회 공판인데, 매 기일을 가볍게 지나간 적이 없었다"면서 "검사 측은 뚜렷한 근거 없이 지배력 강화 측면에서만 주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병은 사업적 효과를 검토하고 추진된 것이며 합병 과정에서 승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 합목적성 있는 합병이었다"면서 혐의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 회장의 경영 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최소 집행유예와 같은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사법 리스크는 지속될 우려가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했다. 별도의 취임식도 진행하지 않았고, 최근까지 향후 경영 전략이나 미래 비전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소극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첨단 기술 경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같은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비록 검찰의 5년이란 구형이 내부적으로는 가볍게 볼 수 없지만 당초 혐의받는 것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구형"이라며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지만, 무죄로 판결돼야 경영 활동에도 제약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회장으로 승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소극적인 경영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법 리스크를 털고 지금의 위기를 넘겨야 삼성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번 부당합병 사건으로 2021년 4월부터 이날까지 총 106회 열린 공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면담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이날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 불참하고 재판에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