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미국에 방문하면서 GM, 듀폰, IMC, 이콜랩(Ecolab) 등 4개 기업으로부터 총 1조5000억 원 투자 신고가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이에 "외교가 민생이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국민께 보고할 수 있어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야권에서 순방 비용을 두고 비판하자, 투자 유치 사례로 대응한 셈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외교도 경제고, 민생이며,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상외교를 통해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 곧바로 우리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이같이 밝혔다.
브리핑에서 이 대변인은 "이번 미국의 4개 기업의 투자 유치로 자동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전했다. 해당 투자신고식은 현지 내부 사정으로 연기됐으나,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20일부터 3박 4일간 일정으로 찰스 3세 국왕 초청에 따라 영국에 국빈 방문하는 것과 관련, 주요 협력 과제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점도 밝혔다. 해외 순방에서 그 나라 언어로 연설하는 것은 올해 4월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문 기간인 22일(이하 현지 시각)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영 어코드' 문건도 채택할 예정이다. '어코드'는 양국 간 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문서로,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포괄적 관계를 규정하는 문서를 발표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며 "수교 이후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빈 방문 기간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하는 한영 비즈니스 포럼, 영국 왕립학회가 개최하는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 등 경제 관련 주요 일정도 참석할 예정이다.
영국은 지난해 기준 GDP 3조700억 달러로 세계 6위 경제 대국이자 유럽에서는 독일에 이어 두 번째 경제 대국이다. 한국과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1억 달러로, 유럽에서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다. 영국은 한국전쟁 참전 국가로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8만1000명의 장병을 파병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언급하며 "영국은 방위산업도 발전한 나라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데, (영국과) 안보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권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순방 예산'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그간 (대통령은) 순방을 통해 54억 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순방 비용이 든다고 해서 투자 유치 활동을 멈추게 되면 오히려 국가적 손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데 대해 "현지 언어로 연설하는 것은 정치인뿐 아니라 그 나라 국민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올해 수교 140주년인 한영관계 역사를 되짚어보고 양국 관계의 미래와 발전 방향에 대해 제시할 계획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에 이어 23일부터 2박 4일간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은 28일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에 앞서 파리 주재 각국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대상 오 ·만찬 행사, 대한민국 국경일 리셉션 등을 통해 막바지 유치전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최종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나설 인물을 비공개하기로 한 데 대해 "경쟁이 치열해 (우리) 전략이 노출되고 경쟁하는 국가에서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