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남편의 피아노 소리를 사랑해서 결혼을 결심했다는 음악가 부부인 ‘뮤즈 부부’가 등장했다.
피아노 반주를 전공한 대만인 남편과 플루트를 전공한 한국인 아내는 아름다운 도시 프랑스 파리에서 반주자와 연주자 사이로 처음 만났다. 9살의 나이 차이도, 다른 국적도 극복할 정도로 서로의 음악을 사랑하며 평생 함께 연주하기를 꿈꿨던 두 사람이지만, 아내는 남편이 “사회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토로했고, 남편은 “(자신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보다 더 필요 없는 존재 같다”며 순탄치 못했던 결혼 생활을 고백했다.
공개된 일상에서 두 사람은 마치 음악회에 온 듯 합주를 하는 것도 잠시, 이내 부부간의 문제를 드러냈다. 8년 동안 프리랜서 음악가로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
남편은 프랑스에서 피아노를 전공할 당시 수석으로 졸업했을 뿐만 아니라 졸업 연주 또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받았을 정도로 실력자였다. 게다가 그가 졸업한 학교는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유명한 음악 대학이었다. 프랑스에 계속 있었으면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에 와서는 자리 잡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본업과 상관없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온라인 강의 영상을 판매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반면, 아내는 결혼 기간 중 고정적인 월급을 받은 건 4번뿐이고 심지어 남편이 송금해 주는 금액도 알고 있던 월급보다 11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라 영문도 모른 채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 상의를 시도하며 왜 돈을 더 보냈냐고 묻지만, 남편은 “당신이 돈을 많이 보내면 좋아하니까”라고 답할 뿐이었다.
빚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아내는 친정어머니 명의로 8000만 원을 대출받아 숙박업을 시작해 생활비를 벌려고 했지만, 예산 초과로 인해 얼렁뚱땅 생활비로 다 써버렸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거액의 대출도, 천 단위의 대출도 일말의 상의 없이 진행하고 ‘갚아야 한다’고만 주장하는 아내에게 황당함과 막막함을 표했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네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라고 말하며 그간 무심했던 남편에 대한 설움을 터뜨리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에게는 돈 문제보다 소통 문제가 더 심각하며, 심각한 불통 문제가 부부관계에 치명타를 가져올 정도라고 진단했다. 소통이 필요할 때는 대화를 하지 않고, 소통하면 오해를 유발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 날, 부부의 집을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찾아왔다. 저녁 식사 후, 세 사람은 어머니 명의로 대출받은 빚 상환에 대해 상의했다. 어머니는 워낙 큰 액수기에 아내 명의로 갖고 있던 집을 처분해 빚을 갚자고 제안했는데, 아내는 자신의 명의로 된 집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랑 상의해야 한다”며 결정을 미뤘다. 이에 남편은 “아내와 장모님은 분리가 안 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아내는 상의해야 하는 이유조차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분리가 어려웠다면서 “결혼하기 전까지 엄마와 같이 잤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 아내는 친정어머니의 대화에서 속마음을 꺼냈다. 아내는 자신이 낳은 아들조차 엄마 뜻대로 키워야 하는 “엄마의 꼭두각시 같다”며 이렇게 된 데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의견이 수용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어머니가 좋아하던 음악을 전공함으로써 어머니의 모든 관심과 지원을 받았지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자 어머니의 관심이 떠나갔다고.
아내와 친정어머니의 관계를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아내는 누군가의 돌봄과 사랑을 받는 것이 익숙한 의존적인 성향의 사람이라며 결혼 후 의존의 대상이 남편에게 넘어왔지만, 남편의 잦고 긴 부재로 인해 자신을 떠날까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아내에게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지기 이전에 딸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어머니로부터 온전히 독립해 홀로 서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음악으로 경제 활동을 하기에는 현재 거주하는 지역이 적합하지 않다며 거취에 대한 대안도 건넸다. 음악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인구가 더 많은 도시로 거취를 옮기는 방법도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아내에게는 배우자를 향한 존중의 의미를 담아 남편의 모국어인 대만어를 배워보라는 힐링 리포트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