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아였고, 태어나서 5년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무적자였고, 입양 아동이었고, 아동 학대 피해자 김주영 이였습니다.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채 보육원에서 살다가 어느 날 멋진 큰 차를 타고 온 나의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었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5살 즈음이리라 추측됩니다. 그때부터 저는 태어나서 죄송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오늘도 살아있어서, 오늘도 죽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 나는 부자집 무남독녀 외동딸이였습니다. 하지만 양어머니로부터는 극심한 아동학대를 받았고, 양아버지는 학대를 방임하였습니다. 어린시절 시작된 학대는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그렇게 20여년을 살다가 어느날 밤 손에 지갑 하나만 들고 집을 나옴면서 드디어 학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27년 만에 집을 벗어나 그 뒤로 계속 행복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오랜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살아남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산소호흡기 삼아, 하루 하루 삶을 견뎌냈습니다. 삶의 위기가 올 때마다 책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지금 나는 아동 인권 강사이고, 가정폭력 전문 상담사이고, 부모 교육 강사이고, 사회복지사이고, 두 아이의 엄마 전안나입니다.
‘태어나서 죄송했던 존재’였던 내가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년입니다. 이렇게 나를 드러내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를 위로하겠다거나 나도 이렇게 살았으니 당신도 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도 아직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너 잘못이 아니야. 절대로 너 잘못이 아니야. 태어나서 죄송한 사람은 없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