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속임 꼼수·상술 확산"
전문가 "세부사항 표시제 마령해야"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에 이어 이른바 ‘번들플레이션(Bundle+Inflation : 고물가에 묶음상품을 낱개상품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행위)’까지 확산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하나만 사도되는데 ‘할인 유혹’에 묶음상품을 선택했지만, 정작 할인은 전혀 없거나 되레 손해를 보는 셈이다. 다만 대형마트들은 제조사와 사전협의를 거쳐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일시적인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해명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파는 컵라면·커피·라면 등을 묶음상품으로 살수록 낱개 당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에서 1개 당 980원인 컵라면은, 6개 묶음 가격이 5980원이다. 묶음으로 구입하면 개당 997원으로, 낱개 당 가격보다 17원 더 비싸다. 커피도 10개 묶음은 1개 당 210원인데, 150개 묶음은 개당 212원으로 2원 더 비싸게 판매됐다. 봉지 라면의 개당 가격은 780원이지만, 박스제품 라면 가격도 780원으로 사실상 가격 혜택이 없다.
제조사들은 대형마트의 일시적 할인율이 달라서 생긴 해프닝이란 해명이다. 대형마트 측도 가격 책정 시 ‘계산 오류’라며 즉각적인 가격 수정 조치에 돌입했다. 대형마트 A사 관계자는 “가격 정책상 당연히 묶음상품이 단위당 가격이 낮도록 책정된다”면서 “다만 일부 상품에 한해 가격책정시 계산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가격 수정) 조치가 완료된 상태이며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대형마트는 이러한 가격 책정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제조사와 사전 협의를 통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즉, 판매사와 제조사 간 합의에 따라 가격 및 프로모션 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시기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B사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납품업체와 협의를 통해 판매가격을 책정·변동시키거나 정부 기준을 준용하기도 한다”며 “1+1 특가행사, 묶음행사의 경우 제조사와 사전 협의하고 제조사가 원할 때 진행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C사 관계자도 "가격에 대한 우선 결정권은 제조사에 있다"면서 "다만 행사나 할인의 경우 상호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오락가락한 대형마트의 가격 책정법을 두고 ‘눈속임용 상술’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식음료는 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있어 가격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 저항이 큰 가격 인상 대신 각종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세부사항 가격 표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민 경제가 지속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용량 대비 가격’은 매우 중요한 소비 기준”이라면서 “소비자들이 물건 구매 시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유통사와 제조사 모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