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TSMC는 이날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에 코드명 ‘TSMC 팹-23 페이스 3’로 세 번째 칩 제조 공장 건설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TSMC는 저사양 칩을 생산하기 위해 일본에 칩 제조 공장을 하나 짓고 있고, 두 번째 공장 건설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단 이번 세 번째 공장 건설이 언제 시작될지는 불분명하다. 3nm 공정은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최첨단 칩 제조 기술이지만, TSMC의 공장이 가동될 때쯤에는 1~2세대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부가 국내외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조 엔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결실을 보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TSMC 외에도 마이크론(미국), 삼성전자(한국). PSMC(대만) 등으로부터도 반도체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한 일본 국책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가 홋카이도에 최첨단 2nm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보다 자국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더 빠르게 움직였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미 기업에 관련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 이상을 할당하는 반도체지원법에서 아직 한 푼도 기업에 분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제조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TSMC의 일본 세 번째 반도체 공장 설립에는 약 20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일본 정부는 공장 설비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한다.
현재 3nm 칩이 필요한 일본 기업은 거의 없지만, 조만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걸맞은 칩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핵심 부품을 외국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일본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해 국가적으로 유치와 지원을 서둘렀다.
반도체 기업들에도 일본 공장 설립은 양측에 모두 윈윈이다. 타이베이에 본사를 둔 리서치 회사인 트렌드포스의 조앤 치아오 애널리스트는 “TSMC는 일본 소니와의 협력으로 첨단소재 및 특수 이미지센서 기술 등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TSMC 공장 건설로 구마모토현을 포함한 규슈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현 50조 엔에서 2035년 75조 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SMBC닛코증권의 료스케 가츠 애널리스트는 추정했다.
한편 TSMC는 현재 소니그룹과 일본 도요타 부품 공급업체 덴소의 투자를 받아 구마모토현에 첫 번째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 말부터 12nm급 칩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공장은 첫 번째 공장과 가까운 곳에 건설돼 2025년부터 5nm 칩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대만 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공급처를 원함에 따라 일본 외에도 미국에 2곳, 독일에 1곳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