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급등은 기본…정부 임시 조치도 무용지물
긴축 돌입했지만 물가 제동까진 시간 걸릴 듯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금융완화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고, 그 결과 임대료가 급등했다. 현지인들은 신규 입주자에게 전년 대비 2배의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원래 물가 변동이 심한 튀르키예에서는 1년마다 임대료를 조정하는 관습이 있다. 지난 12개월간 평균 인플레이션율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물가 급등이 심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임대료 인상 폭을 25%로 제한하는 임시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를 위반하는 대폭적인 가격 인상이 횡행하고 있다.
극심한 임대료 인상은 사회 불안을 키웠다.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세입자와 그를 내쫓으려는 집주인 사이에서 재판이나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다수 나왔다. 이러한 분쟁은 자칫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서부 아이둔에서는 집주인이 길거리에서 세입자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찌른 혐의로 체포됐다. 이스탄불에서는 9월 집주인이 퇴거를 요구하자 세입자가 격분해 그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임대료가 급등한 배경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환경이 있다.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한때 전년 동월 대비 80%를 넘어섰다. 지난달 물가상승률도 61%에 달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와 실물 자산 투자를 위해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렸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은 만악의 근원”라고 부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우선시하고 고금리에 반대했다.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는 등 인사에 개입하면서까지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지난해 5월에는 ‘주택 가격 변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생애 첫 주택구매자에게 0.99%의 월이자율로 대출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임대료 폭등을 불러왔다. 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0% 상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5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철회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초 8.5%에서 지난달 35%로 대폭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퇴치에 돌입했다. 다만 긴축 정책이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에 제동을 걸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