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0만 원’ 기업공개(IPO) 대어의 분기 실적으로서는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였다. 여의도에서 만나는 증권맨들마다 술렁대며 충격이란 표현을 썼다. 동네 맛집의 매출과 비교하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파두가 상장 전에 언급했던 올해 연매출 예상치 1200억 원은 도대체 어떻게 산출된 것인가.
‘파두 사태’로 인한 충격파는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당장 파두가 받은 기술특례상장이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폐지론까지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큰 이익을 내고 있진 않은 유망기업이 기술의 혁신성 등 강점을 바탕으로 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돕는 제도다.
유망 기업들은 ‘파두 사태’로 발목을 잡히게 될까 수심이 가득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 자금 조달 시장이 말라버린 상황에서 자칫 상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VC업계에선 당장 10월부터 대부분 딜 클로징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도는 상태다. IPO 시장에서도 투심이 약해질까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게이트키퍼 역할에 충실했는지를 두고 주관사들을 조사한다는 소식에 여타 증권사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등이 기술특례 상장 제도 자체를 손볼 수 밖에 없는 그림이 그려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일일이 모든 기술특례상장을 들여다볼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문턱을 높일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자칫 선량한 유망기업들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막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성장 잠재력에 투자한다는 기술특례상장의 취지를 곱씹어볼 수록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망 적자 기업의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는 기술특례상장의 특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붙어 있을 수 밖에 없어서다.
“‘공시주의 원칙’으로 되돌아가보는 게 어떨까요” 증권업계에 평생을 바쳐온 한 관계자의 답변이다. 모든 시장 참가자는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중요 정보를 공유 받아야 한다. ‘당장은 적자이나 우수한 기술력을 통해 미래 실적이 높을 겁니다’라는 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공시제도를 손보되 이를 어긴 당사자에겐 엄벌이 내려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다행히 금융당국에서도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에 한해 실적 공시를 앞당기는 등 여러 방안을 물색 중이란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