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뒷받침돼야 실질성과로 연결
印尼사업 ‘삐걱’…부처갈등 없어야
5년째 지속되는 미중 간의 무역전쟁, 2년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와 국제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무역이 위축되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으로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우리나라는 2022년에는 14년 이상 지속된 무역흑자 시대를 마감하고 470억 달러의 역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수출이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무역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무역적자의 원인은 크게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우리 기업의 대중 원자재 및 부품 수출이 크게 감소한 데 기인한다.
다행히 대통령이 국가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세계 각국을 누비며 취임 이래 93개국과 142회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국가 간 경제협력을 확대해 가는 것은 기업들에는 한 줄기 희망이다. 유엔 총회에 참가하여 분초를 나누어 50여 개국 정상들과 만나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고 실질적인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서 전후 재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하고 있는 중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를 방문해 중동 3국과 양자 정상회담에서 792억 달러의 수출과 수주계약을 따냈다.
대통령은 유엔 총회, NATO 회의, 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미국과 일본, 베트남,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을 방문했다. 1970년대 에너지·건설로 일군 중동과의 협력을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넓히고, 인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역동적이고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 우리 중소기업이 더 많이 진출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역동적인 광폭 정상외교가 실직적인 경제협력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철저한 실무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가 씨를 뿌리면 그 결실은 기업이 거두어 들여야 한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한 약속이 있다면 대통령실과 각 부처가 꼼꼼하게 챙기고 피드백을 해야 국가 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약속한 사업이 실무 부처의 검토 결과 부정적일 수도 있고, 우선순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해당 국가 장관 등 당사자에게 잘 설명하고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후속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약속한 바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국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을 넘어 반감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가짓수가 워낙 많고 이해관계도 다양해서 자칫 소홀히 하는 사업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짚어보자.
우선 인도네시아 관련 공적개발원조(ODA) 관련이다. 인도네시아는 1억8000만 명의 인구와 넓은 영토를 가진 자원부국이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주석, 니켈, 구리 등 천연광물이 풍부하며 쌀, 팜오일, 커피, 고무 등을 수출하는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다. 지난 9월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참가하면서 윤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기차, 배터리, 농식품,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공적개발원조 사업 30여 개가 우리나라 산업부를 통해서 외교부에 신청되었는데 심사과정에서 3개 사업만 통과되고 나머지 사업은 탈락했다. 이에 대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하며, 업계에서는 외교부가 산업통상자원부를 견제해서 생긴 일로 보는 시각이 있어서 걱정이다. 정확한 사실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국가적 이익보다 부처 이익을 우선하여 이러한 일을 결정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례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22년 3월 31일에 청년무역전문가양성프로그램(GTEP) 수료식 행사에 참석해서 ‘기업과 청년에 무한한 기회를 지원하겠다’며 GTEP사업비 증액을 약속했으나 사업예산은 오히려 삭감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각 부처의 개별적 사업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인세 인하에 수출감소와 내수경기 침체로 세수가 크게 줄어 재정상황도 좋지 않다. 게다가 국회는 행정부가 일을 하도록 예산지원으로 국정을 뒷받침해야 하나, 절대 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적대적인 태도로 예산을 멋대로 쥐고 흔들면서 정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 간에는 이해관계에 따라서 적이 되고 친구가 될 수 있다.
여야가 합심해서 국익을 지키고 대통령실과 각 부처, 기리고 기업이 협력해서 정상회담의 결실을 거두고 국제적 신인도를 지켜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