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언행' 공천 반영키로…일각 "매 맞아야 정신차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등 최근 당내 설화에 무관용 조치를 천명했지만, 오히려 내부에서 실언 옹호 발언이 잇따르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입후보자의 막말 등 언행 검증을 강화하고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일각에서는 "공천 불이익을 줘야만 막말 단속이 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 총선기획단 간사인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24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 검증위원회에 부적절한 언행 후보자에 대한 검증 강화를 요청하기로 했다"며 "공직자 윤리의식 및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검증위 단계부터 엄격하게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과 이를 둘러싼 당내 옹호 발언이 거듭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앞서 최 전 의원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22일 최고위에서 최 전 의원에 대해 당원자격 6개월 정지 비상 징계를 내렸다.
이를 두고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남영희 부원장은 같은 날 친야 성향의 한 유튜브 채널에서 최 전 의원 징계에 대해 "그 말(암컷)을 왜 못 하나.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옹호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서 "어떠한 형태든 (남 부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며 징계를 시사했다. 그러자 남 부원장은 이날 "당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의를 밝혔다.
남 부원장 외에도 최 전 의원 옹호 발언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왔다. 최 전 의원의 논란 발언 장소에 있었던 민 의원도 전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동물농장' 안에서는 그 말(암컷)이 문제가 안 된다"며 징계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친명 성향 양문성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암컷) 표현의 맥락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를 지목한 비유였다"며 "최소한의 해명 기회도 없이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런 정치를 하는지"라고 적었다.
최 전 의원을 징계했음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악화일로를 걷자 민주당이 막말·설화 등 부적절한 언행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강수를 둔 셈이다. 한 위원장은 "논란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막말과 설화 문제에 당이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최근 당내 설화에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은 관용 없이 엄정 대처하겠다"고 경고한 뒤 실제 조치도 취했지만, 친명계 내에서조차 지도부 의지에 반한 발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설령 향후 입단속이 되더라도 공천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구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꼭 매를 맞아야 정신 차리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는데 경선에서 강성 권리당원 표를 더 받자고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며 "이 대표도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면 영(令)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가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