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검 ‘11월 월례 회의’ 열어
제주지검 권다송이 검사 수사사례 들어
“피해자 목소리 경청…세심히 살펴 달라”
이원석 검찰총장은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11월 월례 회의’에서 “검찰의 일은 완전무결함을 지향해야 하지만, 이 또한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문제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월례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문제를 대하는 데에는 크게 네 유형의 태도가 있으며 맨 아랫단계의 하지하책(下之下策)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 하책(下策)은 문제를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거나 회피하면서 이를 해결하고 고쳐나가지 않는 것으로, 언제 덤벼들지 모를 위험천만한 ‘회색 코뿔소’가 방안에 도사리고 있는데도 이를 간과해 결국 큰 위험에 처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다음 상책(上策)은 문제에 직면해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질병의 원인을 들여다보며 치료방법을 궁구해 찾아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책까지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물론 상지상책(上之上策)은 아예 처음부터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으나, 이는 완전무결한 방책이라 현실적이지도 않고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상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각종 비위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차장은 수원지검에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했으나 20일 검찰의 강제수사와 함께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 났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엄단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고 피해를 회복시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역시 검찰의 막중한 소명이자 책임”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주지검 권다송이 검사 사례를 들었다. 권 검사는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 세 자녀를 방치한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청‧경찰‧범죄예방센터와 협력, 피해아동의 공부방을 마련하고 멘토를 선정해 아픔을 보듬어 줬다는 게 이 총장 판단이다.
이 총장은 특히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해 수사와 공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와 구조금 등 경제적 지원도 다시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펴보기 바란다”라고 검찰 구성원들에게 주문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평온한 하루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묵묵히 큰 그늘을 드리워주는 나무. 정성껏 맺은 열매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나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역할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끼게끔 만드는 아름드리나무와 같이 그저 담담하게 맡은 소명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