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가 백신 ‘GBP410’ 임상 2상 완료…글로벌 시장 2027년 13조 원 전망
SK바이오사이언스가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 진출을 위해 백신 생산 시설인 ‘안동L하우스’ 증축에 나선다. 화이자의 ‘프리베나13’, MSD의 ‘박스뉴반스’ 등 글로벌 제약사가 선도하는 가운데 21가 백신으로 경쟁에 뛰어든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북 안동에 있는 자체 백신 생산 시설인 ‘안동L하우스’ 증축을 의결했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 생산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폐렴구균 백신은 단일 백신 시장에서 코로나19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igence)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2021년 78억2000만 달러(약 10조 원)에서 연평균 4.4% 성장률을 보이며 2027년 101억8000만 달러(약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폐렴구균 백신 시장 규모는 570억 원에서 60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현재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가운데 가장 혈청형을 많이 확보한 백신은 화이자가 개발한 ‘프리베나20’이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허가를 신청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폐렴구균 백신 ‘GBP410(사노피 과제명 SP0202)’은 프리베나20보다 1개의 혈청형이 더 많은 21가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폐렴구균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에 의한 폐렴구균성 질환이 꾸준히 보고돼 더 넓은 범위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6월 소아 및 영유아 대상 GBP410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 온두라스 내 생후 12~15개월 소아 140명과 42~89일 영유아 712명을 대상으로 2020년 5월부터 GBP410과 대조백신을 기초접종(생후 2, 4, 6개월) 및 부스터 접종(생후 12~15개월)해 진행한 비교 임상 결과 대조 백신 대비 동등한 수준의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중대한 이상사례가 보고되지 않았고, 대조백신 대비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하고 2027년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면서 “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으로 신규 생산시설을 증축하고자 한다. 세계 각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내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의 독주 무대다. 지난해 409억 원의 매출을 올려 80%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13년 연속 백신 판매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MSD의 15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박스뉴반스’가 허가되며 프리베나13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박스뉴반스는 프리베나13과 같은 13개 혈청형에 22F와 33F 두 개의 혈청형을 추가한 15가 백신이다. 연내 의료현장에 공급돼 성인 및 소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폐렴구균은 국내 사망 원인 4위인 폐렴의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년간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2.6배 증가했다. 폐렴구균은 폐렴뿐만 아니라 폐렴구균성 부비동염, 급성 중이염, 균혈증, 수막염 등 치명률이 높은 질환의 주원인이 된다.
폐렴구균 백신이 국내 소아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NIP)에 포함된 이후 폐렴구균성 질환 발병률은 감소세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1~9세 영아, 소아 및 청소년의 10만 명당 14명 정도가 세균성 폐렴으로 사망하고 있다. 폐렴구균에 의한 감염은 영아와 소아, 6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