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고 저렴한 컴퓨팅 시스템 구축 가능
미국, 30억 달러 투자…“공급망·국가 안보에 중요”
중국, 2015년부터 관련 기술 전략 우선순위 낙점
현재 전 세계 패키징 용량 38% 차지
패키징이란 전화기 자동차 같은 공산품과 핵미사일을 포함한 전략 무기 등에 사용하기 위해 개별 반도체를 조립 포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반도체 패키징 사업은 후순위 공정으로 여겨지면서 전 세계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산업의 경제 안보적 중요성이 커지고 고급 칩 패키징 기술이 등장하면서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첨단 패키징 기술은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첨단 패키징은 중국이 미국과 첨단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없지만, 서로 다른 칩을 밀접하게 연결해 더 빠르고 저렴한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기술분석업체 티리아스리서치의 짐 맥그리거 설립자는 “패키징은 반도체 산업 혁신의 새로운 기둥이며, 반도체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아직 최첨단 칩 제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경우 패키징 분야에서 확실히 더 쉽게 성장할 수 있으며, 패키징 산업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빈 패터슨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의 모든 요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그중에서도 첨단 패키징 분야는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분야 중 하나”라고 밝혔다. 로리 로카시오 상무부 차관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패키징을 위해 해외로 보내는 것은 공급망과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2030년까지 여러 지역의 대규모 첨단 패키징 시설의 본거지가 될 것이며, 상업적 규모의 정교한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패키징 산업의 잠재력을 인식한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15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발표한 ‘메이드 인 차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을 전략 우선순위로 삼아 왔다. 그 결과 중국은 전 세계 패키징 용량의 38%를 담당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만에 뒤처져 있지만, 대규모 웨이퍼 공정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첨단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잭 헤르겐로터 IBM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개발 부사장은 “고급 패키징 기술은 투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돼왔다”며 “안전한 공급망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의 패키징 용량을 전 세계 10~15%로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10년 내 2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북미에 첨단 패키징 허브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