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완화 기대…랠리 가능성
연준 경계심리·경기부담 상존…배당주 청산 욕구에 연말 조정
최근 추격성 매수 이어가려면 제조업 경기 개선세 수반돼야
실적성장주·장기채 전략 추진
올해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나타나는 주가 강세 현상)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연말·연초에 보너스가 지급돼 소비가 크게 늘고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면서 주가 역시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바닥을 찍은 코스피 지수가 11월에 반등하면서 이미 산타 랠리가 시작됐다고 본다. 반면, 지수 저점을 높여갈 뿐 산타 랠리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역사적으로 12월에는 수익률이 좋았다. 2010년 이래 12월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1.6%, 코스닥은 2.3%였다. 4월과 11월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연초 이후 11월 15일까지 S&P500 지수가 5% 이상 상승할 경우 11월 15일 이후 연말까지 주가는 상승했다. 올해 S&P500지수는 11월 15일까지 17.3% 상승했다. 올해도 이 공식은 통할 것인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인에게 산타 랠리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11월 한달간 11.3% 상승했다. 지난달 말 최저점 2273.97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250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를 두고 산타 랠리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긴축 경계감이 완화되면서 약간의 유동성 랠리에 최근 많이 비워뒀던 곳에서 일종의 커버성 매수들이 같이 어우러지면서 현재 연말 랠리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실적 모멘텀 강화와 금리 영향력의 약화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산타 랠리와 연말 연초 상승 기대감은 아직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하락, 공매도 금지 조치 영향도 있다”며 “실적 모멘텀 지속 영향으로 연말 상승 랠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저점을 높여가겠지만, 산타 랠리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 심리가 가장 큰 부담 요인”이라며 “금리 동결이 예상되나 점도표를 일부 수정하는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매파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부담 우려도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산타 랠리처럼 여겨지다가 연말 연초 조정이 예상된다”며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연준 스탠스(미국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낙관적이고 배당 관련 프로그램 순매수의 청산 욕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12월 코스피 지수가 2400에서 26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박·오 센터장은 2400~2600포인트를, 윤 센터장은 2400~2550, 김 센터장은 2420~2620을 제시했다. 서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뚫고 가는 추세 상승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성장세 전환, 반도체 가격 반등 등 기업 실적 저점 통과 기대감은 긍정요인이지만,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경기 둔화 우려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서 센터장은 “금리 하락과 유동성 개선에 추격성 매수세가 붙고 있다. 안도 랠리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펀더멘탈 개선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하게 되면 최근 안도 랠리를 이끌었던 추격성 매수세들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지수) 추가 상승을 위해 제조업 경기 개선이 필요하다”며 “중국과 미국 등 최신 데이터들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연말까지 지수 상단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는 요소다”라고 분석했다.
박 센터장은 금리 하락과 공매도 금지를 12월 증시의 긍정 요인으로, 차익실현 물량 출회를 부정 요인으로 꼽았다. 오 센터장은 미국 대형 우량 성장주의 경쟁적인 AI 및 클라우드 투자 확대 가능성, 단기에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변화한 연준에 대한 기대를 각각 긍정·부정 요인으로 지목했다. 김 센터장은 연말 대주주 양도성 회피 수급 부담을 부정 요인으로 지목했다.
증시 방향의 분위기를 결정한 변곡점은 물가와 경기지표다. 연준 입장에서 경기침체(고용지표 악화)를 감내하고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인지, 경기침체 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이 나오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조금 열어둘 것이냐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해석이다.
서 센터장은 “증시 긍정론과 부정론의 구도가 연말부터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줄지가 12월에 발표될 고용지표나 물가 지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어느 정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윤창용 센터장도 “매파적 12월 FOMC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연준과 금융시장의 금리 전망 차이에 따라 지수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수 있다며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실적 성장주 중심의 안정적인 전략을 추천했다.
서 센터장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국채 중심의 장기 채권을, 주식에서는 경기 둔화 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무제표가 건전하고 실적도 뒷받침되는 퀄리티 성장주를 추천한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지수 베팅보다 연말 이익률 개선 업종 및 배당 수익률 확보를 통한 일드 추구 전략이 유효하다”며 반도체, 필수소비재, 자동차 등을 추천했다.
박 센터장은 반도체가 아웃퍼폼할 때 동반 강세를 나타내는 범IT 섹터(소프트웨어ㆍIT하드웨어ㆍIT가전ㆍ디스플레이 등)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수혜를 입을 소비재 업종을 주목했다. 김 센터장은 수출 및 실적 회복 모멘텀을 주도할 반도체, IT, 기계 업종 등을 꼽았고, 오 센터장은 구조적 성장주(M7·반도체)의 장기 분할 매수 대응을 조언했다.